7, 내게 왜 이런 일이(3)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5. 17. 00:37

이런 사실을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알려서

걱정을 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
아내에게 입단속을 하려는데 이미 늦었다.

딸 녀석한테 걸려온 전화가 하필이면 병원에 있을 때였고
어디냐고 묻는 녀석에게 아내가 무심결에

"아빠랑 병원에 왔다"고 대답해 버린 것이다.

아내를 책망했지만 이미 업질러진 물이 되어버렸다.

그로부터 이틀 후
전주에 사시는 처남댁이 서울에 가서 내 아이들을 만나던 날
침울해 있는 녀석들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서 내 소식을 알았나 보다.
그 다음날 처남이 전화를 걸어 와서 아는 선후배 의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내게 전해주며 서울 큰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딸 녀석은 어떻게든 서울 큰병원으로 와야 한다며 전화를 해대고
평소에 전화를 잘 안하던 아들녀석도 하루에 한번씩 전화를 걸어와
아버지의 근황을 묻고 걱정하는 걸 보면
아이들에게 만큼은 알리지 말았어야 했다.

아내는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가족이 서로 위로하고 함께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며 내게 반문을 하지만
안절부절 하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자식들에게 짐을 얹어놓은 것 같아서 미안하고 심난스럽기만 하다.

한편으론
아버지를 위해서 걱정을 할 줄 아는 내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스러울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없어도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한결 가볍고 든든하다.

아버지가 없어도......

사람들은 누구나 몸과 마음이 병들면 스스로 약해지겠지만
나 역시도 알게 모르게 이 처럼 마음이 약해 있다.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마치고 나올 때
간호사가 일러준 대로라면 내일 전화를 해서 결과를 알아봐야 하건만
하루를 기다리기가 지루하고 답답해서 하루전인 오늘 전화를 해봤는데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일주일이 아니라 십여일 쯤 걸린다고 했단다.

기왕에 맞을 매라면 일찍 맞는 게나을 일인데....

턱뼈를 잘라내야 하고....
다른 곳의 뼈를 떼어다 붙여야 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할 일을
어떻게 다 감당해야 할른지 답답할 노릇이지만
수술 후의 내게 닥칠 일들까지도 심난스럽기 그지없다.

입으로 음식을 못 먹는 건 시간이 가면 해결될 일이지만
이도 없고, 턱뼈도 비뚤어진 이상한 내 모습.......

행여 일이 잘못되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일이나 없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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