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23
( 2002년 12월 30일 월요일 )

오랜만에 일요일을 집에서 텔레비젼도 보고 낮잠도 즐기다가
점심땐 한 친구네 가족을 불러서 칼국수를 함께 먹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구의 문병도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처음 병문안 갔을 때
수십일동안 잠을 이루지 못해서 초최한 모습보다는
한결 밝아진 표정을 보고와서 걱정이 조금은 덜어진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잘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크나큰 복이란 것을
불면증에 걸린 친구를 보면서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이럴 땐 술이라도 마시면 잠이 올 것 같다"는 녀석의 말을 들으면서
건강한 몸으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크나큰 복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녀석은 악화된 간기능때문에 병원에 입원을 했었고
퇴원한 이후론 잠을 이루지 못해서 다시 입원을 해야만 했으니
간이 좋지않은 녀석에게 술은 독약일 뿐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잠을 자고싶다는 생각 하나로 술을 생각하고 있으니
녀석의 심사를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스스로 생각하게에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마실 땐 나도 모르는 새에 과음을 하게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보니
지난번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 결과
"지방간 요주의"라는 통보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으면서
술에 대한 경각심도 새삼 일깨웠던 일이 있었습니다.

년중에 가장 술을 많이 마실 때는 망년회가 있는 요즈음입니다.
스스로 마시고 싶어서 마신 적은 별로 없지만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소주 두병은 보통이니
그러고 보면 내 술통도 결코 작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람을 만날 때면 술이 함께 하는 경우가 더러 많습니다.
술을 마시다 보면 상대방에게 술을 권하는 일이 으레 생기곤 하는데
"남에게 어떤 경우에든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평소 신념이
술 때문에 흐트러지고 마는 경우입니다.

술이 몸에 이롭지 못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권한다는 건
내 마음은 물론 상대방의 몸에도 짐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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