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준비하는 마음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8. 12:40

(2002-02-04)

어젠 내려오는 하산길을 잘 못 택한 때문에
길도 아닌 길을 헤집고 내려오느라
올라가는 길보다 더 힘이 들어서 헐떡거리던 차에
졸졸졸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
시원한 물을 연거퍼 마셨습니다.

때는 겨울이고 웬만한 산은 물이 별로 필요치 않아
조금이라도 몸을 가벼이 하려는 얄팍한 속셈으로
산행에 필수품인 물병조차 짐으로 생각하고 준비해 가지않은
간사하고 어리석음에 부끄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다행이 계곡을 만나서 타는 갈증은 해결이 되었지반
무슨 일에 있어서든 작은 문제라도 생기는 때마다
그 문제의 원인을 따져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이 기본이 무시되거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월은 추운겨울이었기에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제 서서히 해동을 시작하는 설이 들어있는 2월엔
얼었던 마음을 한껏 열어서 새해를 맞이할 때 새로이 했던 마음갖임을
다시한번 챙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쫓기면 하루종일 쫓겨야 한다"는 농부들의 속담은
내 경험으로 볼 때 조금도 틀림이 없습니다.
작은 일 하나를 하더래도
그 일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 놓지 않을 땐
시간에 쫓기고 다른 일에 밀려서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겨울이려니 하며 느긋해 있다가
들녘에 아지랑이 피어오를 때면
무엇엔가 쫓기는 듯 마음만 잔뜩 바빠지는 봄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램하며
마음의 긴장의 끈을 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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