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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9 53, 봄비 그친 아침
  2. 2007.07.29 52, 봄비 내리는 밤에

53, 봄비 그친 아침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8:11

봄비그친 아침 (2003, 4, 14)

늦은 저녁무렵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밤새 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셔 놓고
동틀 무렵엔 구름도 말끔히 걷혀서
상큼하기 그지없는 아침입니다.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계절풍을 따라서 대륙의 뿌연 황사가 불청객으로 오곤 했으나
올 봄은 때를 맞춰 내려주는 비 덕분에
어느 해 봄 보다 새 생명들의 꿈틀거림으로
더 분주하고 상큼합니다.

나는 일년을 사는 동안에
갈증을 삭혀 줄 여름날의 소나기와
풍요를 가져다 주는 가을비와
쌓인 먼지를 씻어내리는 겨울비를 기다리곤 하지만
동토를 녹여 생명이 있는 만물의 잠을 깨고
설레임까지 주는 봄비라서 더 간절하게 기다리곤 합니다.

비가 갠들녘엔봄빛도한층 푸르러 싱그럽고

논도랑으로 모여든 빗물이샛강을 향해흘러갈 때
나도샛강을 따라쪽빛바다까지 유유히 흘러가는 상상도 합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삶의 과정에서 거칠어진 마음도

물처럼 그렇게 유연해지기도 한다던데......

푸르다 못해서시린 쪽빛의 맑은 물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의 응어리와 탁한 찌꺼기들도 모두 녹고 또 씻겨진다던데........

실제로 그러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돌아설 때못내 아쉬워서
"생각날 땐 하늘을 보겠노라"했던 그 날 그 말 한마디가
행여 아직까지도 응어리로 남아 있다면
오늘같은 봄빛 푸르른 들녘에 서서
숨 한번 크게 내 뱉어 허공중에 흩날려 버리거나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도 좋을 일입니다.

서둘러 핀 꽃이 비바람에 져 아쉽고 애처로울 수 있으나
그 자리에 새잎이 돋고 열매를 맺기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면
비에 젖은 채 썩어가는 그 뒷모습까지도 아름답게 보이듯이,
내 안에 머물던 상념을 훌훌 털어내 버리고
그 빈자리엔,

봄빛처럼 상큼한 일들로 가득 채워 넣어 새 살을 돋게하고

알찬 열매로맺힐 수있도록바램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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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봄비 내리는 밤에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8:09
(2003년4월 11일)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 벚꽃을 함박눈처럼 떨궈내더니
게으름을 나무래는 듯 대지엔 촉촉히 봄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아직 잠에서 채 깨어나지 않은 생명들은
따스한 햇살에 서둘러 눈을 뜨고
봄빛의 푸르름은 한층 더 짙어지겠지요?

지난 한식날,
조상님 묘에 새로심은 잔디와 상록수,
매말라 푸석이던 그곳에 단비로 촉촉히 적실 거라는 생각에
나는 두 팔을 벌려서 내리는 빗방울을 안으며 반깁니다.

큰 일을 앞두고서 마음을 옭아맺던 끈이
봄비에 눈녹듯이 풀리자 마자
긴장은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간 마음엔
넓어서 편하고 여유로움이 아닌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허전함만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어젯밤에 늦게 고향을 떠나올 때
동구밖까지 배웅을 나온 내 큰누님과 함께
서쪽으로 뉘엇뉘엇 저물어가는 초생달과
밤하늘에 보석같이 빛나는 무수한 별들을 바라봤습니다.

무심한 세월은 곱디고운 내 누님에게
실금을 하나 또 하나 흔적으로 남겨놓고 갔습니다.
"저렇게 초롱초롱한 별을 언제 봤었는지 모르겠네" 하며
내 어릴적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댕기머리의 누님과
밤하늘의 별을 헤던 옛생각을 하면서
한참동안이나 서럽게 밤하늘을 쳐다봤습니다.

"올핸 어떻게든 아버님 곁으로 모셔 드리겠노라"는
어머님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운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 지고 별을 쳐다보는 두 눈에 서럽게 고이더니,
오늘은 눈물처럼 그렇게 비가 내립니다.

이 밤에 봄비가 그치고
또 다시 새날의 동이 틀 무렵엔
맑게 갠 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새벽별들을 보고 싶습니다.
새 날 만큼은
그런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같이 촉촉히 비가 내리는밤엔
새벽 하늘에 보석처럼 빛날 별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아름다운 꿈 꾸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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