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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할아버지의 일기예보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57
( 2002-03-21 )

내 어렸을 적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새벽 여명과 해질녘과 밤하늘에 달과 별을 보며
비가 올 것인지 가뭄이 오랫동안 계속 될 것인지를
점을 잘 치는 사람처럼 거의 꼭꼭 맞추셨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할아버지는 모르는 것이 없으신 분'으로
어린아이의 의식속에 짙게 각인 되곤 했습니다.

그 때의 어렴풋한 기억엔
서산에 짙게 내려앉은 먹구름속으로 해가 질 때와
밤 하늘에 달무리가 지거나 아니면 달 가까이에 별이 붙어 있을 땐
하루 이틀사이에 꼭 비가 올 거라는 예고를 하셨습니다.

나는 그 때부터 비가 기다려지거나 아니면 무의식중에도
밤하늘의 달과 별, 석양의 해지는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할아버지의 흉내를 내듯 날씨를 예측해 보곤 하지만
내가 날씨를 맞추는 일은 할아버지만큼 신통치가 않습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 과학시간을 통해서
할아버지의 일기예보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달 가까이에 별이 붙어있으면 왜 비가 오는 것인지에 대해서 만큼은
과학시간에 배운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초저녁 서쪽하늘에 떠 있던 가느다란 초생달 바로 밑에
작은 별 하나가 붙어있습니다.
때마침 기상대의 일기예보에 비가 올거라는 소식을 듣고보니
우연의 일치인지 달과 별이 가까이에 있는 광경을 보면서
할아버지의 천기를 보셨던 능력이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집니다.

비가 내립니다.
비록 대륙으로 부터 몰려 온 황사가 섞인 흙비일지래도
황사바람만 아니라면 많이만 내려줬으면 싶은 것은
오랫동안의 가뭄때문이기도 하지만
황사의 순기능도 적지않다는 것을 알고부터입니다.

황사가 섞인 비가 내리면
논과 밭에 객토를 해 주는 효과가 있어서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거나
바다에 황토를 뿌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바닷물의 적조를 예방하는데는
황사비만큼 크게 기여하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오늘처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한층 바빠질 농삿일을 대비해서
닳아진 쟁기의 보십을 새로 갈아 끼우거나
헐거워진 지게 맬빵을 땋아 갈아매곤 하시던
내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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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게으름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56
( 2003, 3, 20 )

지난 산행에서 막 꽃망울을 터뜨린 진달래꽃을 보며
해마다 이맘때면 그냥 가기싫은 동장군이 으레 꽃셈추위로 심술을 부리곤 했는데
올핸 그런 흔적 안 남기고 그냥 지나가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짜가는 것이 안 믿겨져 달력을 봅니다.
3월 20일.....

개나리꽃도 흐드러지게 피고 양지쪽엔 벌써 잡초가 무성한데
안주하고 있는 겨울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싫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봄이면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느라 바쁜 계절이라서
준비된 것도 없이 새로운 봄을 맞고 만 나로선니
뭔가에 자꾸 쫓기는 듯 싶어서 더 그런가 봅니다.

시간은 벌써 저 멀리 가고 있는데
이를 쫓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다 보면
표정은 늘 불안하고 마음은 편치않아 식욕마져 떨어지고 마니
혹시 이걸 보고 '봄을 탄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몸이 부실해진 탓인지
아니면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는 모를 일이나
의자에 앉으면 나른해지고 졸음은 물밀듯 밀려와
허우적거리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의 원인을 찾고 보면
결국엔 내 자신의 게으름으로 부터 시작된 일임에도
포근해진 날씨 때문에 몸이 나른하다느니
식욕이 떨어져 몸이 부실하다느니 하며
유치한 변명거리를 늘어놓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일입니다.

이젠 더 머뭇거리지 않고
나를 묶어놓은 눈에 보이지 않은 사슬을 끓어버리고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무엇인지,
미리 준비를 해 놓아야만 할 일은 또 무엇인지 생각하며
깊은 잠에서 깨어날 때처럼
으스러지게 기지개라도 한번 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세상 누구도 나의 삶, 나의 일을 대신 해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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