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02월 28일 금요일 )
아담한 감방산 바로 아랫녘에 자리한 나의 고향마을은
건너마을에 전기가 들어 온 몇년 뒤까지도 램프와 호롱불을 켜고 살았기에
방학때면 어두침침한 호롱불아래서 잠시 헤어졌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이틑날 아침 10리나 떨어져있는 면소제지의 우체국까지 가서 편지를 부치고 나면,
부지런한 놈들한테서는 일주일여만에 답장이 오기도 하지만
어떤 게으른 놈들한테서 보내온 편지는
방학이 끝나 내가 고향을 떠나온 이후에 도착하곤 해서
개학을 해서 다시 만났을 때 답장을 보냈니 안 보냈니 하면서 티격거리곤 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뒤에 도착한 편지는 어머님께서 장농속에 보관해 놓으셨다가
내가 다시 고향에 내려갈 때 건네주시곤 해서
겨울날에 쓴 편지를 화창한 봄이 되어서야 읽을 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편지란 상대방이 생각날 때 쓰지 않으면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
게으른 녀석들에게 있어서 편지를 쓰는 일이란 마음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편지가 늦게 도착한 이유는 보나마나
답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개학이 가까워 올 무렵에야 나의 질책과 후환이 두려워서
기껏해야 두어줄의 인삿말을 써서 보낸 형식적인 편지일게 뻔하지만
그래도 이런 녀석들은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는 녀석들입니다.
'편지는 써 놨는데 어찌하다 보니 부치지 못했다'는 녀석에겐
내일이라도 그 편지를 가져와 내밀며 증명이라도 해보라 몰아부칠 수 있지만
'편지를 보냈는데 왜 못 받아봤냐?'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놈들에겐
죄없는 우체부를 탓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받았을 땐 답장은 꼭 해줘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던 시절
친구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우체부를 기다리는 마음이 참으로 희고 순박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무렵 어떤 친구들의 편지속에는
나름대로의 고민하는 모습들이 가뜩 채워져 있었고
어떤 편지 속에는 참으로 희고 고운 마음도 가뜩 들어있어서
가까이서 지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마음을 새로 발견하면서 부터
사이가 더 좋아졌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편지란 함께 있을 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까지도 전할 수 있어 좋을 일이지만
그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보다 몇배 더 좋을 일입니다.
편지를 쓸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곤 하는 옛 기억들속에
호롱불 아래에서 편지를 쓸 때의 순박했던 마음과
하루에 한번씩 지나가는 우체부를 기다리는 마음과
어머니께서 장농속의 편지를 꺼내주실 때의 포근함까지도 함께 느끼곤 합니다.
아담한 감방산 바로 아랫녘에 자리한 나의 고향마을은
건너마을에 전기가 들어 온 몇년 뒤까지도 램프와 호롱불을 켜고 살았기에
방학때면 어두침침한 호롱불아래서 잠시 헤어졌던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이틑날 아침 10리나 떨어져있는 면소제지의 우체국까지 가서 편지를 부치고 나면,
부지런한 놈들한테서는 일주일여만에 답장이 오기도 하지만
어떤 게으른 놈들한테서 보내온 편지는
방학이 끝나 내가 고향을 떠나온 이후에 도착하곤 해서
개학을 해서 다시 만났을 때 답장을 보냈니 안 보냈니 하면서 티격거리곤 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뒤에 도착한 편지는 어머님께서 장농속에 보관해 놓으셨다가
내가 다시 고향에 내려갈 때 건네주시곤 해서
겨울날에 쓴 편지를 화창한 봄이 되어서야 읽을 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편지란 상대방이 생각날 때 쓰지 않으면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
게으른 녀석들에게 있어서 편지를 쓰는 일이란 마음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편지가 늦게 도착한 이유는 보나마나
답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개학이 가까워 올 무렵에야 나의 질책과 후환이 두려워서
기껏해야 두어줄의 인삿말을 써서 보낸 형식적인 편지일게 뻔하지만
그래도 이런 녀석들은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는 녀석들입니다.
'편지는 써 놨는데 어찌하다 보니 부치지 못했다'는 녀석에겐
내일이라도 그 편지를 가져와 내밀며 증명이라도 해보라 몰아부칠 수 있지만
'편지를 보냈는데 왜 못 받아봤냐?'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놈들에겐
죄없는 우체부를 탓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받았을 땐 답장은 꼭 해줘야만 하는 것으로 여기던 시절
친구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우체부를 기다리는 마음이 참으로 희고 순박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무렵 어떤 친구들의 편지속에는
나름대로의 고민하는 모습들이 가뜩 채워져 있었고
어떤 편지 속에는 참으로 희고 고운 마음도 가뜩 들어있어서
가까이서 지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마음을 새로 발견하면서 부터
사이가 더 좋아졌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편지란 함께 있을 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까지도 전할 수 있어 좋을 일이지만
그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보다 몇배 더 좋을 일입니다.
편지를 쓸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곤 하는 옛 기억들속에
호롱불 아래에서 편지를 쓸 때의 순박했던 마음과
하루에 한번씩 지나가는 우체부를 기다리는 마음과
어머니께서 장농속의 편지를 꺼내주실 때의 포근함까지도 함께 느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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