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紅島야 우지마라 (1, 마음과 마음 )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4. 18. 07:14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림을 싫어하는 것은
내 성격의 됨됨이가 두루뭉실하지 않고

조금은 모가 난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휴가철에 남들은 바다로 산으로 가족들과 함께 피서를 떠나는 그 순간에
북적이지 않은 지리산 종주산행을 택했던 것도
나의 모난 곳을 조금이나마 다듬어 볼 심사이긴하다.

그러나 하필이면 남들이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는 피서철 만을 택해서
3년째 되풀이하고 있는 남편 혼자만의 지리산 종주산행에
싫든 좋든 새벽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며 고속도로의 새벽길을 오가며
산행의 출발 기점인 성삼재와 화엄사까지 남편을 보내주곤 하는 아내의 심사가
썩 편할리는 없을 것이다.

쪽빛 바다위에 하얀파도 쉼없이 부숴지고
갈매기떼 날으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 아내가 정적(精的)이라면,
비오듯 땀을 쏟으며 끊어질 듯 가쁜 숨 몰아쉬는 고통을 감내하며
정상을 내 발로 딛고 올라서는 순간의 짜릿한 그 기분하나 때문에
혼자서 산으로 훌쩍 떠나곤 하는 동적(動的)인 내가
숱하게 많은 파열음을 내면서도 20여년 이상이나 깨지지 않고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일이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히 생각해 보면
바램을 먼저 접곤 했던 아내의 양보가 아니었다면
가능치도 않을 일임에 틀림이 없는 까닭에

아내에게 빚을 진 느낌을 지울수 없다.

한편으론,
일상에서 서로의 부딪힘과 부대낌이 간섭이라 여겨질 때
남편이 비어있는 시간만큼은 해방감으로 홀가분한 느낌이었는지,
아니면 서운해 했을런지 확인을 할 필요까지는 없는 일이다.
내 스스로 내 안에 있는 양심이 조금이라도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내에게 조금쯤은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조금이나마 마음에 얹혀진 짐을 내 스스로 덜어내 보고자
한 달 전에 세워놓았던 여행계획,
망망대해,

쪽빛바다,

하얀파도,

그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배.....




승용차로 한시간 반만 가면 닿는항구에서 배를 탈 수 있고

오가는데 그리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 섬 홍도는
아내의 바램과 내가 바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갈 곳은 정해졌으니

이제 가는 일만 남았다.

紅島로.........

( 2004, 9,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