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의 겉모습과 속마음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4. 5. 00:47



사람들에 있어 내면의 모습 보다도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

평소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또는 내가 아닌 타인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궁금해 할 때가 더러 있다.

평소 대부분은 '추하지만 않다면 괜찮지 않겠냐'고 생각은 하면서도

때론 썩 괜찮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더러 있다.

이정도면 아직까지도 주제파악이 제대로 안되었다는 것이고

한심스러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서 대통령을 해 먹은 에이브러헴인가 링컨인가가 그랬단다.

나이 40이면 자기의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전해들었던바론그 양반은 키가 190이 훨씬 넘고

코도 뎁다 크며굴레수염도 멋드러지게길렀으니

지 나름대론 아짐들을 뿅 보낼만큼

외모에 자신이 있다는 착각을 하고그랬지 않았을까? *^^*

공자는 또 뭐라 했다더라?

아무튼내 키가 184이니깐

한국사람으로써 특히나 가난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써

괜찮은...또는 내놓을 만 한것 같은데.....

나머진 어느것도 자신이 없다.

(학교 댕길 때 키가 커서 갈비와 꺽쇠는 내 이름을 대신했었고

그런 별명과 놀림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키를 조금이라도 줄여 볼려고 등을 구부리고 다녔기에

아직까지도 내 등이 낙타등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제기랄....그 때 날 놀렸던 생쥐만한 놈들 제발 좀 만나봤으면 좋겠다. *

그냥 캭~~~~~!!!! *^^*)

지난 3월 말쯤

친구랑 함께 무등산 중머릿재 부근에 핀 야생화를 촬영하러 갔을 때

내가 모르는 새에내 모습을 담았던 모양인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 여러번 들여다 보곤 한다.

납작 업드린 자세,

즉 내 자신을 피사체보다 낮추려는 자세가 마음에 들고

무언가에 몰입해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고

괜찮지 않은 부분들이 잘(?)감춰져 있어서 마음에 든다.

만약에......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쫄딱 맞아서

영낙없이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버렸던 모습을 찍었더라면

나는 절대로 그 사진은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내 실제의 모습일지래도.........



광주와 화순을 넘나들던 옛길,

즉너릿재 옛날 신작로에 핀 벚꽃을 담으러 갔다가

수만리로 넘어가 점심을 먹은 다음

흑염소떼가 노는 목장에 가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을

뒤에 서 있던 친구가 담은 모양이다.

인위적인 냄새가 풍기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마음에 든다.

나는 평소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면 좌불안석이다.

1/125초 또는 1/250초의 짧은 순간이면 끝나는사진을 찍을 경우에도

"얼른"이나 "빨리"라는 말로 찍사를 다그치곤 한다.

얼굴에주름살도 펴서 마음에 없는 미소도 지어야하고

익숙치 않은 폼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자체가 내겐 불편할 일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그렇다.

마음이 편한 사람과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

마음이 편한 사람과 차 한잔을마실 땐

음악도 곁들여서 듣고

할 이야기 못할 이야기 다 하거나

찻잔에바닥이 드러나면 물이라도 한 잔 더 따라 놓곤 하지만

불편한 사람과 함께라면

뜨거운 찻물에 입이 데어 껍질이 벋겨지더래도

냉수한잔 마시듯 들이키고서 상대방의 찻잔이 비워지길 기다린다.

속으로 "차 한잔 마시는데 뭔 시간이 그리도 오래 걸리냐?"며 궁시렁 거리며.....

성질로 치면 "더러운"이다.

내놓고 누구에게 자랑칠 일은 아니다.

아니.......자랑이 아니라 숨기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그래서 나의 속마음은왠만해선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못된 성질 탓에

내 모습이 들어있는 사진 중에

자의든 타의든 폼을 잡고 찍은 사진은 처음 말고는두번다시 들여다 보질 않는다.

사진 찍을 때 불편했고 보는 마음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사진속의 내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치기 싫기 때문이다.

그 눈과 눈끼리 부딪치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모습이 들어있는 사진은

내가 의식하지 않은 채 찍힌 자연스러운 사진이길 바래지만

그렇게 찍혀지는 사진은 별로 없다.

그런데친구가 그런 사진을 두장이나 찍어서 보냈다.

나를 바라보지 않는 사진........

내가 바라봐도 불편하지 않은 사진.....

이런 기특한.......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