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삼각팬티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6. 12. 7. 22:44

딸 녀석이 아빠와 엄마에게 주는 선물 꾸러미 속엔

내가 입을삼각팬티가 두 장이 들어있었다.

아부지가 평소에 삼각팬티만 입는 줄 아는 터라

사각을 사지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삼각팬티를 입게 된 첫째 이유는

트렁크(사각팬티)를 입으면

하루만 지나도 살과 살이 맞닿는 곳에 습진이 생겨서

옹삭함을 겪곤 해서다.

그러나 거시기 부위에 공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좋지않다는 말을 들어오던 터에

몇 년 전 TV 쇼핑몰에서 거시기를 따로 담아(?) 놓을 수 있게

자루가 달려있는 기능성 팬티 광고를 보며

동료와 함께 각각 1장의 트렁크 팬티를주문해서

잠시동안 입어 본적이 있었다.

물론, 거시기가 따로 담겨 져 있어서 습진이 생기는 일은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담고 꺼내는(?) 일이 번거롭기 그지없고

아무때나자루 밖으로 나와버리곤 해서불편해 하고 있었던 차에

마누라가 내게 "그걸 입으면엉덩이가보기 싫다"고 해서 벗어버린 뒤론

아직 한번도 입어보질 않았다.

내 마누라는삼각팬티를 입은 내 엉덩이를

버릇처럼 토닥거리길 곧 잘 한다.

그런 마누라의 짓이 썩 싫지않은 나로서도

엉덩이를내 맏겨놓은 짓을 하다보니

늙어가는 마당에 주책도 보통 주책들이 아니다.

남편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히죽거리는 아내,

그런 아내에게 엉덩이를 내 맡겨놓은 남편,

그런 아빠에게 삼각팬티를 사다 주는 딸......

줄기차게 트렁크팬티만 입고 사는 내 아들녀석이

아부지의 속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 날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