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녀석이 아빠와 엄마에게 주는 선물 꾸러미 속엔
내가 입을삼각팬티가 두 장이 들어있었다.
아부지가 평소에 삼각팬티만 입는 줄 아는 터라
사각을 사지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삼각팬티를 입게 된 첫째 이유는
트렁크(사각팬티)를 입으면
하루만 지나도 살과 살이 맞닿는 곳에 습진이 생겨서
옹삭함을 겪곤 해서다.
그러나 거시기 부위에 공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좋지않다는 말을 들어오던 터에
몇 년 전 TV 쇼핑몰에서 거시기를 따로 담아(?) 놓을 수 있게
자루가 달려있는 기능성 팬티 광고를 보며
동료와 함께 각각 1장의 트렁크 팬티를주문해서
잠시동안 입어 본적이 있었다.
물론, 거시기가 따로 담겨 져 있어서 습진이 생기는 일은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담고 꺼내는(?) 일이 번거롭기 그지없고
아무때나자루 밖으로 나와버리곤 해서불편해 하고 있었던 차에
마누라가 내게 "그걸 입으면엉덩이가보기 싫다"고 해서 벗어버린 뒤론
아직 한번도 입어보질 않았다.
내 마누라는삼각팬티를 입은 내 엉덩이를
버릇처럼 토닥거리길 곧 잘 한다.
그런 마누라의 짓이 썩 싫지않은 나로서도
엉덩이를내 맏겨놓은 짓을 하다보니
늙어가는 마당에 주책도 보통 주책들이 아니다.
남편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히죽거리는 아내,
그런 아내에게 엉덩이를 내 맡겨놓은 남편,
그런 아빠에게 삼각팬티를 사다 주는 딸......
줄기차게 트렁크팬티만 입고 사는 내 아들녀석이
아부지의 속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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