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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내 친구녀석 첫번째 이야기(친구 부부)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02

( 2002년 8월 29일 목요일 )

내게 그리 많지않은 친구 중엔
중학교 2학년 때 만났던 놈이 있습니다.

녀석은중동바람이 불던 1970년대 후반쯤

그러니까 녀석의 나이 20대 때 몇 년간 쿠웨이트에 가 있었고
귀국한 이후에도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일을 해서 그랬는지
30살을 훨씬 넘겨 결혼을 하고서
부인을 따라 미국으로이민을 갔습니다.

녀석이 그곳으로 간 이후

두 아들을 낳고 불출주야 부부가열심히 일을 하며
아주 가끔씩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곳에서의 일상을 편지로 전해오곤 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래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잠을 잔 적이 없으며
열심히 일을 한결과로 건물도 사고 대궐같은 집도 장만했다니
비록 고생스럽긴 해도그곳에서의 생활은무척이나 행복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살이에 아무리 금슬좋은 부부일지래도
몇 번쯤은 갈등이 없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요즘들어 녀석네도 예외가 아닌 듯
작은 일에도 자꾸 의견이 부딪치고
그런 일들이 확대 재생산되어 부풀려져서 꼬이고,
알게 모르게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모양입니다.

국제전화 비용이 만만찮을텐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부인과 녀석한테서번갈아가며 전화가 걸려오는데
전화기를 들었다 하면 한 시간은 기본입니다.

그러나일상의 소식이 아닌

부부간에 생겨난 갈등의 문제라서 난처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그래도 남의 가정사인데
어느 한 편에 동조를 하고판단을 하거나,

내 일처럼 간섭할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것과
하소연을 들어 주는 일도 좋을 일이라
부인이나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들에게해줄 수 있는 건

"언쟁과 토론보다는 대화를 많이 하라"는 말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친구간에도 부부간에도 사회생활의 모든 면에 있어서도
대화를 잘 하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갈등을 잘 헤쳐나가는 걸 자주 봅니다.

친구네 가정의 갈등을 지켜봐야만 하는 입장에서
부부간의 대화하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하지만시간이 조금 오래감이 안타까울 뿐,
성실하게 가정을 잘일군 것 처럼

갈등 또한 잘 풀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며칠동안녀석네 부부의 갈등때문에심난했는데
오늘은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일이 잘 해결되었기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 온 뒤엔 땅이 더 굳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녀석네 가정에도 다시 웃음 꽃이 필어날 날이 있으리라믿습니다.

맑게 갠 새벽하늘에 반달과 별이 보입니다.
밤하늘의 달과 별은
눈이 부시지도 울긋불긋하여 화려하지도 않지만
언제봐도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어쩌면 녀석네 부부도

저 달과 별을 함께 바라보며

고향의 향수를 달래고 있을런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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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비움과 채념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00

비움과 채념 (2002, 8, 27 )


일상에서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내 안에 있는 크고 작은 욕심입니다.

담아놓지 말아야 한다 늘 하면서도
내 안에 담겨진 채 심난스럽게 하는 것이 욕심이고 보면
세상에 얽혀 사는 한
마지막 의식이 남아있을 때까지 끝내 할 수 없는 것이
욕심을 버리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가끔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쉽게하곤 하지만
집착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않음에
채념을 해 놓고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털어내고 비우는 일이
그리 쉬 되는 일이라면
사람들이 속세를 떠나 평생을 고행하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채념'이
비록 아쉬움과 미련이 남겨지는 일이긴 해도
무거운 마음을 잠시나마 가벼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사람들은 비우는 일 대신 채념을 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심난스러울 일이 있을 때마다
내 안에 있는 욕심의 실체가 무엇인지 들춰내 보곤 합니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겨질 지라도

채념을 해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리기 위함입니다.

이런 일이 내 일상에서 나타난 굴곡진 일들에 대해
맞 부딪쳐 당당히 헤쳐가는 용기 보다는
비켜가는 간사스러움을 택하고서
삶의 지혜라며 포장을 씌우는 것은 또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9월이 오면
드높아진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맴돌고
들녘은 차츰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가겠지요?

내게 아직 남아있는 작은 욕심을 다 비우지 못하고
아쉬움과 미련으로 남겨놓은 까닭은
깊어가는 가을 어느 날 낙엽쌓인 길에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 보며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까지도 그리워 하고픈 마음은
혹시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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