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으로 치솟는찬란한 태양과
강변에피어오르는 환상적인 물안개와
들녘에 내려앉은 멋진 아침안개와
숲으로 내리는 눈부신 햇살과.......
눈앞에 펼쳐질 멋진 그림을 내 맘대로 그려놓고
잠들기 전에챙겨 놓았던 베낭에빠진건 없는지다시 확인을 합니다.
단잠에 취해있는 이가 깰까봐 조심스레 밖으로 나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길을거침없이 달려갑니다.
그리고 얼마 후 목적지에 도착해서어둠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그림을 앞에 두고
집을 나서기 전에미리 그렸던그림이 아니라서쓴웃음을 짓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실망할 때가 아니라며,
어쩌면썩 괜찮은 상황으로 바뀔수도 있어 기다려야 한다며,
세상살이에 요행도 있는 거라며,
먼저 와있는이들에게인사를 건네며 적당한 자릴 잡습니다.
이심전심이라서낯선 이들과쉽게 이야기가통합니다.
가끔은 서로 챙겨 온 먹거리나 따끈한 차를 나눠 마시기도 하며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
설자리가비좁거나 사람들로북적이는 곳이라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됩니다.
좁은틈새를비집고 들어오는이와
자리만큼은고수하려는이가 서로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어쩌다눈치없이앞으로 나가서 머리를불쑥 내미는 사고를 치는 이에겐
누구라 할 것 없이 집중포화를 퍼부어 댑니다.
이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건
어떤 부류보다도 예민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바로 예술을 하는 이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계로 찍어내든 손으로 그리든 간에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활동의 영역에서 볼 때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를따지는건더 이상 의미없는 일입니다.
반면에내 자신이 하고 다니는 짓을예술이라 여겼다면
몸싸움에 소질도없고
무심결에 던지는 남의 말에도 쉽게 상처를 받고마는 사람이라서
구경꾼이 아닌 상처 투성이로벌써 이 짓을접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했거늘
구경꾼으로써 어느 한 편을두둔하려는 건 주제넘는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나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만들려고서둘러 나와 자릴 잡았는데
뒤늦게 온 이가작업을 방해한다면짜증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오늘 하루만 살 것도 아니면서, 또는오늘이 아니면 안 되는 것 처럼
남의 원성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고몸싸움을 해대는 예술인들의열정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든다'는 서양 속담도 있듯이
비좁은 곳이거나 사람들로 붐빌 것으로 예상을 한다면
남들보다 일찍 서둘러서 자리를 차지하거나,
정중하게 양해를 구해서 허락을 받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비집고 들어오며 남의 작업에방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게
바른자세가 아닐까싶습니다.
3개월이면 세대차이가 난다는 디지털 시대에
5년이나 케케묵은 카메라는 구석기시대의 돌도끼나 다름이 없지만
예술이 아닌 재미로 즐기는데 있어이것도 내겐감지덕지한 물건입니다.
요즘들어 부쩍이나 '새 카메라언제 살거냐?'며다그치는 아내가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허나 좋은 카메라 갖고 다니면서도남들만큼못찍는다고 타박하지나 않을까 하는 소심함때문에
일을 저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후환이 두려울 뿐만 아니라
순전히 재미로하는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허름한 이발관에 걸어놓아도 괜찮은그림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족할 일입니다.
201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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