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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험한 세상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9. 2. 26. 17:19

무고한 생명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람이

수갑을 찬 채 범행을 재현하는광경을 티비를 통해 볼 때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런 잔악한 범죄들로 인해

온 세상을 공포와 혼란속으로 뻐져들게 하자

10여 년 이상중지해 온 사형을당장에집행 해야한다는 여론이

사람들 사이에공감대를 형성해 가고있는 모양입니다.

사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살인과 유괴 등강력범죄가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유일한 장치가 사형제도라고 주장합니다.

강력범들의또 다른범죄를되풀이 할 가능성을차단하기 위해서도,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형은 반드시집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야 하는 것이지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 하지는 않는 강력범죄자들을사형을 집행한다해서

강력범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들 합니다.

사형제도를 찬성하거나또는 반대하는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나름의 타당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어

어느 편에도 서 있지 못한내게찬성이냐 반대냐 하고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애초에 사형이란 자체에거부감을 갖고 있었던 이유가

인간의 생명은 인간이 주인이 아니다는 종교적인 관점이나

형벌의 목적은 단죄가 아니라 교화에 있다는 법리적인 관점 보다는,

사형집행은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는일일뿐만 아니라

아무리 법을 집행한다지만 사람으로써 못할짓이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최근 한 기관에서조사대상자의 70% 가까운 사람들이

사형집행에 찬성했다는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서,

여론이란누군가의 의도대로 조성할 수도 있는 일이고

조사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하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수 있겠지만

험악해진세상을 사는사람들의 의식이 어느쪽으로 흐를 것이라는 건

어렵잖게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갈등과혼돈속으로 더 깊숙히 빠져드는 세상을 바라보며

윤리와 도덕에흠이 있더래도

능력만 있으면 괜찮다는 사고를 가진자가통치하는세상이라서

세상 사람들의 의식도 따라서변하는 건하나도 이상할 일이 아니라할지라도,

반전을 위한 충격적인 요법도필요하다는 여론의 경계를 쉼없이 넘나들며

차츰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내 가슴의섬뜩한 생각이실로 놀랍습니다.

시류에 휩쓸리며사는 게 마음편할 일이지만

쉽게 동화되지 못할 내 자신을잘 알기 때문에

앞날을 생각 하노라면 심난스럽기만 합니다.

눈을 감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세상을 살아가는방법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2009,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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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섣달 그믐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9. 1. 26. 04:55

내 어릴적엔
일년 중에 섣달 그믐날 밤보다 더 긴 날은 없었습니다.

설날 아침이 밝아 오면
장농속에 넣어둔옷을 꺼내 입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께 새배하고 나서 새뱃돈 받을 생각에,
차랫상에 올려진 맛난 음식들과 떡국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새벽 첫닭이 울기만을 기다리며 뒤척이는 밤이라서
더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먹을 거리가 귀할 때였지만
이날만큼은 집집마다 절구에 떡메치는 소리와
생선과 고기굽는 냄새가 쉼없이 담장을 넘나들고,
머슴살이 하던 사람들은
새경을 받아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 가는 기쁨 보다는
그동안 정들었던 주인과 이별이 아쉬워
옷소매로 눈물 훔치며 대문을 나서던 날도 섣달 그믐날이었습니다.

지게에서 컴퓨터까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담장 너머로 떡 접시를 주고 받던 이웃들은 물론
밥상머리에서 젓가락질 다툼하던형제들도,
생각날 때마다 애틋한 그리움에 가슴이 아픈 아버지 어머니도
내 어릴적 섣달 그믐날의 해묵은 기억속에 남아있을 뿐입니다.

내 부모님과 형제들의 보금자리였던 집터를

남의 손에 넘겨 준 이후부터으레 그랬었고,

이번 설을 며칠 앞두고 부모님 산소에 미리 성묘를 갔을 때도

옛 고향마을에 눈길 한번 주지않고스치듯 지나쳐 버리는 내 심사를

내 자신 말고는 누구도 헤아려 주진 못할 일입니다.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라지만

실로 모초롬만에 명절을 전후해서출근을 하지않고 며칠동안쉴 수가 있게 되어서

그 날들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 궁리하던 차에

오가는 일이 만만찮아 이번 설은 서울에서 쇠는 게 어떻겠냐는아이들의 청이

내심 반갑습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서울로 오는 날

눈보라가 몰아치고 도로는 얼어 붙은데다

수많은 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귀향길을 보면서
아이들을 고생 시키지 않고올라오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명절만 돌아오면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
기다려 주는 이가 있어서 부럽고,
보고싶은 이가 있어서 부럽고,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고향집의 뜨끈하게 덥혀진 온돌의 온기로
샅샅이 녹여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고향을 마음속에 묻어 둔 이로선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첫닭 울음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새벽입니다.
낯선 서울의 한 복판에서 그럴 일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옛 생각에 흠뻑 젖어봅니다.

첫닭 울음소리에 맞춰 어머니께서 부엌으로나가 떡국을 끓이시는 동안

아버지께선 소죽솥에 불을 지펴놓고

밤새 쌓인 눈을 눈가래로 밀어내다가

시린 손을 호호 불어대시던 모습이아른거리더니

이내코끝이 시큰거리고 마는 섣달 그믐날 밤은

내 어릴적의 긴나긴 그날 밤처럼 더디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동짓날 밤보다이 밤이더 길게 느껴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으나,

아내와아이들이 내 곁에 있음에도

마음은 왜 이렇게 허전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2009,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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