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03-09)
사람들에 따르면
대기의 오염농도가 높아진 이후로 새벽녘의 공기속엔
낮이나 저녁의 공기보다 더 오염물질이 많이 함유되어있어서
운동을 할 땐 새벽보다는 저녁에 하는 것이 더 좋다고 들 합니다.
그러나 나는 오래된 고정관념 때문인지
아니면 눈에 미세물질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새벽녘의 공기는 하루의 그 어느 때 보다도
항상 더 깨끗고 상쾌하다는 느낌엔 변함이 없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내 육신의 감각이
다른사람들 보다 둔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은
시작하는 의미로만 볼 때 더 없이 좋을 일이 아닐까 생각되어집니다.
실눈섭처럼 가느다란 하현달이
무등산 새벽능선위로 막 솟아오른 듯 맑은데
그 주위로 밤을 지새느라 지친 별들이
밝아오는 서광에 서서히 제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밤마실에서 늦게 돌아온 딸 아이 꾸지람하느라 잠을 설치고
시린 눈을 비벼대며 주섬주섬 옷을 주어입고 밖을 나서니
이런 하연달과 새벽별 그리고 상쾌한 새벽공기가
내 머릿속의 낡고 쾌쾌해서 무거운 것들을
순식간에 다 털어내 주는 듯 싶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이른 새벽에 밖으로 나서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집에서 멀지않은 곳에
숨 한번 가쁘게 헐떡거리면 오를 수 있는 산이 있으니
아침 운동으로선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습니다.
비지땀 흥건히 흐르며 올라선 산 꼭데기에 서서
무등산 능선으로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할 때
그 순간만큼은 가슴벅찬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 위에서 찬란한 아침을 맞이할 때 느낌이 어떻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의 부족한 표현력으론
느낌 그대로를 전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새벽별이 초롱한 날 하루만이라도
산 능선으로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 해 보시길 바랍니다.
좋은 아침이면 반드시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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