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잠을 설치고 나면
심신의 피곤함이 적지않을 일이나
마음에 걸려있을만큼의 근심은 없음에도
간밤에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처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루고 나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시간이 늦어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의 김장을 도와주고.....
아! 그러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있습니다.
간이 좋지않아 병원신세를 지다 퇴원했던 친구놈이 걱정스러워 전화를 했더니
며칠동안이나 하룻밤에 30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며
지쳐있는 목소리 속에서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이럴 땐 뭐가 좋을까 이궁리 저궁리를 하다가
어떻게 잠이 살포시 들긴 들었다 싶었는데
잠결에 '대전에 사는 국민학교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아내가 전화기를 내 귀에 대 줍니다.
년말도 가까워오는데 친구들끼리 얼굴 한번 볼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잠을 자지 못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친구,
나와 두 사람은 서로 동창이라서 녀석의 안부라도 전해주고 싶지만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에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주게 될 것 같아
정초에나 한번 기회를 갖자며 전화를 끊고 보니
마음을 다 헤아려주지 못한 것 같아서 언짢아 지고 맙니다.
저녁시간엔 냉장고 속에 넣어뒀던 세마리의 붕어 중
아내가 일부러 아껴 둔 마지막 남아있는 한 마리를 꺼내
친구녀석에게 다녀 올 생각입니다.
몇달 전 오랜 가뭄끝에 큰비가 내린 다음날 새벽
직장 동료와 셋이 나주댐 상류에서 잡았던 붕어를 적지않게 갔다 줬을 때
즙으로 달여서 오랫동안 잘 먹었다며 그리도 고마워했던 일도 있었기에
비록 붕어 한 마리가 초라하긴 해도 몸집이 꽤나 큰 놈이라 찜을 하면
녀석이 한끼 정도는 배불리 먹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됩니다.
녀석은 붕어가 간이 좋지않은 사람에게 좋다며
평소에도 깨끗한 물에서 잡은 붕어라 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서
즙으로 달여서 먹곤 했지만
한번 망가지면 원상으로 회복되거나 좋아지긴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라는 말은
아파 본 사람이 아니고선 실감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에서 깨면 기껏해야 하룻밤 잠을 이루는 일이야 쉽지는 않다 할지라도
일상에 잠이 부족해서 시달려 보지 않은 내가
연일 잠을 자지 못하는 녀석의 고통을 다 헤아리지 못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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