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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친구와 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15
( 2002년 12월 12일 목요일 )

하룻밤 잠을 설치고 나면
심신의 피곤함이 적지않을 일이나
마음에 걸려있을만큼의 근심은 없음에도
간밤에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처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루고 나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시간이 늦어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의 김장을 도와주고.....

아! 그러고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있습니다.
간이 좋지않아 병원신세를 지다 퇴원했던 친구놈이 걱정스러워 전화를 했더니
며칠동안이나 하룻밤에 30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며
지쳐있는 목소리 속에서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이럴 땐 뭐가 좋을까 이궁리 저궁리를 하다가
어떻게 잠이 살포시 들긴 들었다 싶었는데
잠결에 '대전에 사는 국민학교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아내가 전화기를 내 귀에 대 줍니다.
년말도 가까워오는데 친구들끼리 얼굴 한번 볼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잠을 자지 못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친구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친구,
나와 두 사람은 서로 동창이라서 녀석의 안부라도 전해주고 싶지만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에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주게 될 것 같아
정초에나 한번 기회를 갖자며 전화를 끊고 보니
마음을 다 헤아려주지 못한 것 같아서 언짢아 지고 맙니다.

저녁시간엔 냉장고 속에 넣어뒀던 세마리의 붕어 중
아내가 일부러 아껴 둔 마지막 남아있는 한 마리를 꺼내
친구녀석에게 다녀 올 생각입니다.

몇달 전 오랜 가뭄끝에 큰비가 내린 다음날 새벽
직장 동료와 셋이 나주댐 상류에서 잡았던 붕어를 적지않게 갔다 줬을 때
즙으로 달여서 오랫동안 잘 먹었다며 그리도 고마워했던 일도 있었기에
비록 붕어 한 마리가 초라하긴 해도 몸집이 꽤나 큰 놈이라 찜을 하면
녀석이 한끼 정도는 배불리 먹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됩니다.

녀석은 붕어가 간이 좋지않은 사람에게 좋다며
평소에도 깨끗한 물에서 잡은 붕어라 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서
즙으로 달여서 먹곤 했지만
한번 망가지면 원상으로 회복되거나 좋아지긴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라는 말은
아파 본 사람이 아니고선 실감나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에서 깨면 기껏해야 하룻밤 잠을 이루는 일이야 쉽지는 않다 할지라도
일상에 잠이 부족해서 시달려 보지 않은 내가
연일 잠을 자지 못하는 녀석의 고통을 다 헤아리지 못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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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창의 안과 밖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13

(2002년 12월 10일 화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에 눈을 뜨고서
베란다에 나가 유리창을 열어 젖히고 밖을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렸을 적에 이른 잠에서 깨어나신 아버지께서
새벽공기가 차거운데도 언제나 그렇게 하셨던 것은
날씨에 따라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을 해야 했던 때문이었겠지요.

비가 오면 집안에서 할 일을 준비해야 했을테고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 것 같으면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들녘으로 나가
베어놓은 곡식들을 서둘러 묶어서 들여야 했을테니 말입니다.

아버지의 그런 생활습관은 농한기인 겨울에도 마찬가지여서
문을 열면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서 춥기만 한데도
방 문을 열어놓은 채 마루맡에 앉아서 하늘을 내다보시던 아버지께
"아부지 추워 죽겄소"하며 이불속으로 얼굴을 파묻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저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닌데도
옛날에 아버지께서 그리 하셨던 것 처럼
아침이면 언제나 창문을 열어서 밖을 내다보곤 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새벽의 맑고 시원한 공기가 좋아서,
그리고 가끔은 오늘처럼 하얀 눈으로 소복히 덮혀있는 새벽풍경이 좋아서 입니다.

우리 아파트의 입구는 북쪽으로 경사가 많이 진 탓에
어린 아이들에겐 아주 좋은 썰매장이 되곤해서
오늘같은 날엔 아이들이 썰매를 타며 제잘거리는 소리로
아파트가 떠들석 할 게 틀림없습니다.

반면에 어른들 한텐 내린 눈이 모두 녹을 때까진 승용차는 고철덩어리로 전락을 하고
눈으로 다저진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골절사고도 몇 번 있었던 터라
어른들에겐 오늘 아침의 출근길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이처럼 눈에 비춰지는 아름다움속에편안히 파묻혀 있다가도
꿈에서 깨어난 듯 일상에 대한 걱정으로 생각을 바꾸거나
'생업'이라는 현실의 테두리 속에 의식조차 늘 얽메어 놓고 있습니다.

늘 나를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또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의 굴레,
우리가 현실이라고 말하는 그 테두리는 질기고 굳게 옭아메는 것만 같아서
때론 뛰어넘거나 부숴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질 않습니다.

굴레를 벗고 날아간다 한들
이보다 더 나은 또 다른 곳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내가 끓이는 된장국 냄새가 코끝에서 나의 하루를 깨웁니다.
아름다운 설국을 보며 애틋한 내 고향집의 꿈을 꾸다가 말고

미끄러운 눈길을 걱정하며 창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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