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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치매 걱정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5. 6. 26. 15:56

 

먼 거리를 갈려면 마음이 늘 조급합니다.

거리가 먼 만큼 오가는 일이 번거로워

한 번 갈 때면 인근의 연관된 일들까지 다 갖고 가야합니다.

 

때문에 챙겨야 할 서류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어젯 밤이 미리 챙겨놓은 가방을 열어 빠진 게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아침 식사가 끝나자 마자 서둘러 집을 나서려는데

꼭 있어야 할 게 안 보입니다.

 

신분증과 명함, 그리고 신용카드와 비상금이 들어 있는 지갑은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에게 있어 총과 다름이 없습니다.

 

예정했던 출발시간과는 상관없이

집안 구석구석 있을만한 곳을 이잡듯 뒤져봐도 도무지 보이질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찾는 일을 포기하고 아내에게 비상금을 얻어 길을 나섭니다.

 

130여 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에도 지갑의 행방에 대한 추적을 계속하느라

머릿속에 딴 생각이 들어올 틈새가 없습니다.

 

 

짚히는 곳이 있긴 있습니다.

어제 오후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잠시 텃밭에 들러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느라 앉았다 섰다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바지의 뒷주머니에 넣어뒀던 지갑이 튀어나왔을 수가 있다는 생각은

거의 확신에 가깝습니다.

 

의심해 볼만한 다른 몇 곳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서

일과를 마친 후 늦더래도 텃밭으로 달려갈 생각을 굳힙니다.

 

예정했던 첫 번째 일정을 마치고 두 번째 일정을 쫓아 달려가고 있을 즈음

좀 전에 헤어졌던 업체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방금 다녀가신 자리에 5만원짜리 한 장을 떨궈놓고 가셨는데

제가 가져도 될까요?"라고..........

 

지갑이 없어 주머니에 명함을 넣고 왔던지라

꺼내는 과정에서 아내에게 얻은 비상금이 함께 휩쓸려 나온 모양입니다.

"오늘 내가 왜 이래?"

허둥대며 시작한 하루가 당혹스러움의 연속입니다.

 

 

출장지에서의 일정을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서둘러 길을 재촉합니다.

장마가 시작될 거라 해서 빗길을 오갈 생각에 불편을 예상했으나

다행히도 집 가까이에 올 무렵에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땅에서 딩굴고 있을 지갑이 비에 젖을까봐 다시 마음이 조급해 지자

집에 들리지도 않고 곧바로 텃밭으로 달려갑니다.

내 추측이 맞길 바라면서........

 

텃밭에 도착하자 마자 풀을 뽑았던 곳을 눈을 부릅뜨고 샅샅이 훑어 봅니다.

그러나 있어야 할 지갑은 보이질 않습니다.

빗줄기가 차츰 굵어지면서 젖은 머리가 마치 비맞은 장닭이 되었습니다.

 

"신용카드는 분실신고하면 되고,

주민등록증은 재발급 받으면 되고,

지갑속에 넣어뒀던 현금은 주은 이에게 적선한 셈으로 치면 되고........."

 

체념을 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집니다.

 

 

집에 도착하여 바지를 벗어 옷방의 옷걸이에 걸려는데

아침에 입고 갔던 똑같은 또 하나의 바지가 그곳에 걸려 있습니다.

 

순간,

무언가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강한 충격이 느껴집니다.

 

똑같은 바지가 두 개였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 아침에 입은 건 어제 입었던 바지가 아니었다는 걸 생각조차 해내지 못했으니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지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들며 쓴웃음을 짓습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가끔씩 만납니다.

그 분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암은 걸려도 치매는 걸리지 마라"고들 하십니다.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일상을 내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죽은 목숨과 다름이 없다는 걸 그 분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치매.....

아직은 내 일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오늘같은 하루는 알게 모르게 내 일이 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201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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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내용증명서(2)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4. 1. 24. 04:58

 

 

 

내용증명서

 

수신 : (주)00산업 대표

광주광역시 서구 00 000

 

발신 : 虛手

광주광역시 광산구 00 000

 

(주)00산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00공원 종합게시판의 ‘주상절리대 안내’ 게시물에 사용된 사진(서석대)은 본인의 저작물로써

무단으로 도용한 경위를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서

2014년 1월 21일 00공원 관리사무소장 명의로 

사과문과 함께 도용된 경위를 이메일을 통해 회신 받았습니다.

 

 

회신 내용을 요약하면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2013년 0월 0일 (주)00산업과

공원 종합게시판 정비와 관련 계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추진하였으며,

(주)00산업의 디자이너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없이 저작자의 블로그(http://gilson92.tistory.com)에서

서석대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게시물에 사용하였으며,

감독원이 미쳐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며,

무단으로 도용하여 제작된 게시물은 저작자의 요구에 따라 모두 철거를 하였다”라는 취지입니다.

 

 

문제를 제기할 당시 도용인정, 사과, 재발방지의 약속만을 원하고 있었던 본인은

00공원에서 게시물을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디자인 업체가 본인의 블로그에서 무단으로 도용한 저작물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였다는 사실에 또 놀랐습니다.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업체의 디자이너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도용하였다는 설명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해석해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본인을 기업체의 시스템을 모르는 문외한이나 현실감각조차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불쾌한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00공원의 해명을 불순하게 생각한다면,

광고(디자인)를 전문으로 하는 (주)00산업에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회사를 운영해 왔으며,

지금껏 타인의 저작물을 도용해서 편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해 왔다는 주장도 할 수가 있다는 위험한 부분을

00공원에서 간과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포털싸이트(본인의 블로그 포함)에서는 저작물 보호법을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작물을 불법으로 취하지 못하게 여러 장치를 해 놓았습니다.

설령 지적재산권에 관한 개념이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취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그 사항을 인지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00공원 관리자의 답변이 궁색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여,

00공원으로부터 회신을 근거로 (주)00산업에

아래의 세 가지 물음에 대해서 서면으로 답변을 요구합니다.

 

 

- 아래 -

 

첫째, 저작물에 관한 보호법을 몰랐거나 인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노출이 되더라도 법으로 부터의 처벌 같은 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인드가 없이는

타인의 저작물을 불법으로 퍼 가는 행위 같은 건 하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

본인의 생각이 틀렸다면 바로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타인의 저작물을 필요로 하는 경우

해당 저작자에게 사전 동의나 허락을 득할 수 있는 간편한 장치나 수단(이메일, 쪽지, 댓글 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쯤은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예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도용을 해서 광고물을 만들고

그 광고물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 이유를 해명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본인의 저작물을 도용하여 만든 광고물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 부분에 대해

본인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주)00산업에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쭙습니다.

 

2014년 2월 5일까지 회신을 주시기 바랍니다.

 

끝.

 

 

2014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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