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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황당한 일 하나.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3. 6. 18. 05:54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오는 광고 전화나 문자는

대부분 나 하곤 상관없은 일들이라서 관심을 두지않고 있었으나

날이 갈 수록 횟수가 늘어나 적잖게 신경이 쓰입니다.

 

그 중에서도 보험을 권하는 경우는

"당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라는 뉘앙스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 뒤가 개운하지가 못하고,

신용조회 안 하고 서류없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경우에 있어선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를 붙혀놓고 접근을 하려는 것 같아서 심사가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이해하는 쪽에서 바라보는 건

우체국, 경찰서 등등을 사칭하거나

여론조사를 한다며 전화기 버튼을 누르라는 등의 고단수로 사기를 치는,

앉아서 남의 것을 챙겨가는 도둑들과는 비교를 해선 안되는 정직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경우완 다르긴 해도

나 자신 또한 소수의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이 원치않을 수도 있을 전화를 해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들에게 있어서 뒷바라지라는 의무의 굴레를 벗은 뒤론 

그 동안 가장노릇 열심해 해 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남은 생을 사는 동안 아내한테 눈치밥은 안 먹을 것 같다는 배쨩좋은 생각에

요즘들어선 일하는 것 보다 노는 게 더 좋긴 합니다.

나이 든 탓입니다.

 

마음편히 놀다보면 일 주일이, 한 달이 하루처럼 물흐르듯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런 일상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도

하고 놀 게 없는 날엔 옆사람 눈치를 살필 때도 가끔씩은 있습니다. 

 

 

 

지난 해 막바지에서 수장이 바뀌다 보니

조직개편이니 인사이동이니 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던 일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두 달이나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달을 실컷 놀았으니 남은 일곱 달 쯤은 일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욕심같아선

여섯 달을 일하고 남은 여섯 달은 마음편하게 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내년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올 핸 40명의 특정인을 만나야 하는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선

미리 전화를 해서 방문해도 좋겠냐는 의사를 물어야만 합니다.

 

 

권하는 입장에서 대의적 명분을 앞세우긴 해도

선택하는 이는 내가 아닌 상대방이라서,

그리고 만나하려는 취지를 제대로 이해시켜야만 할 일이라서,

말주변이 없는 사람으로서 어려움도 없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원치않는 일이라면

내 자신 또한 광고전화를 해대는 이에 불과할 따름이라서

늘 조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전화를 겁니다.

" 저는 ㅇㅇㅇ의 아무개입니다 xxx 맞습니까?"

"예, 왜 그러세요?"

취지와 목적을 자세히 설명을 하고서

업무에 지장없는 시간을 선택케 하여 방문 일정을 잡습니다.

 

하루의 업무가 정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로 부터 이틀 후,

약속시간 보다 30여 분 일찍 현장에 도착을 합니다.

길을 찾는 것 쯤이야 네비게이션이 있어 걱정할 일은 아니나

가끔은 혼돈을 일으켜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던지라

그런 일을 되풀이하긴 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허름한 정문 안쪽으로 무질서하게 널부러져 있는 폐자제들,

차를 세워놓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집기엔 먼지만 쌓인 채 아무런 인적조차 없습니다.

 

"그저께 전화했던 ㅇㅇㅇ 아무개입니다."

"예, 왜 그러세요?"

"약속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안 계시네요?"

" 그 회사는 작년에 폐업을 한 모양입니다. 아마도 이 전화번호는 그 회사에서 썻던 번호인 것 같아요"

"..........."

 

"그럼 전화받으신 분은 뉘세요?"

"그 회사하곤 상관없이 그냥 세탁소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 그저께 통화할 때는 왜 그렇게 말씀을 안 하셨습니까?"

"미안합니다."

"...................."

 

하루의 일과가 통째로 어긋나는 순간입니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건

일찍 시작된 여름날의 따가운 햇살때문만은 아닙니다.

보고서 빈칸을 채워 넣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이런 써글놈이~!!!

 

 

201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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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雨曜日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2. 4. 10. 19:36

희뿌연 안개가 자욱한 아침,

밥숫가락을 놓자마자 서둘러옷을 갈아 입습니다.

무심결에창밖으로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이출근길을 재촉하는광경을 보는 순간

입었던 옷을 다시벗어버리고 맙니다.

 

예전에

잘 맞질 않아서 구라청이라 비아냥거리던 때에 비해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시간까지 맞춰주는 듯 싶은날씨가 참 얄궂습니다.

오랜만에 산엘 다녀오려던 생각을 접어야 하는 순간입니다.


술에 흥건히 취했을 때만 전화를 걸어 오는 친구녀석이

어젯밤 늦은 시간에"세상은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고

자신한테 타이르듯 주절거리던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처럼 비가내려 길을 막아서는 날이면

하늘의 뜻이려니 하며 집에 눌러 앉아

이런저런 얽힌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도순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4월을 맞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복판에 들어서 있습니다.

아무 것도 생각 안 하고 그냥 맘편하게 지내고 싶었던 1월과

감기와 몸살에 폐렴까지 겹쳐녹초가 된 채2월을 송두리째 날려보내고

잡히는 게 없어 허우적거리느라 심난스럽기만 했던 3월의 또 한 달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달과 달이, 계절과 계절이 도막내놓은 생선처럼 서로 단절된 건아니지만

내가살아왔던 지난 3개월만큼은, 그리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4월까지도

끝과 시작의 경계가잘려진 생선도막인냥 확연하게느껴집니다.

 

그 토막들 속엔 마음편히 살았던날들과

무언가의 즐거움 속에 흠뻑 젖은채 살았던 날들도 많았건만

온갖 잡념들로 심난스레 살았던 날들이 더 많았던것처럼

그리고 그런 날들이 기억속에 더 오래 머무는 건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문턱에서

이곳저곳 친구 자녀들의 혼례 소식이 전해 올 때마다

아비의 조급함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느긋하기만 한 내 딸녀석을 생각하곤합니다.

 

이럴 때면

평생을 함께 할인연을 두고

밥상에 놓여진 반찬을 골라 주어먹듯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조급한 마음을 애써 다독거리곤 합니다.

 

4월로 들어서자마자

새로운일들이 봇물 터지듯쏟아져무척 긴장이 되나

시작이반이고 준비만 잘 하면별 문제는 아니라고

애써 자위를 해 봅니다.

 


매화와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지도 벌써 여러날째이고

길거리의 벚꽃들이 꽃망울을 앞다퉈 터뜨리는 광경을 바라보면서도

나는아직도잔설속에피어난 복수초를 만났던 날을 살아가고있습니다.

 

비에 젖은 거리에 서서히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홀로 남겨진 집에서

쉼없이 오가는 먹구름도 바라보며,

분주히 오가는 거리의 자동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가 살았던 지난 날들을 뒤돌아 보기도 하며,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상상도 미리 해 보며......,

 

비에 갖힌 것처럼살았던雨曜日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 밤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한층 푸르러 상큼할봄빛을,

화들짝 피어나눈송이 흩날리듯 지는 벚꽃의 향연을,

불붙은 듯 피어화사한진달래꽃 산길을걷는 꿈도 꾸고 싶습니다.

 

내일은 맑은 햇살과 봄바람에 꽃내음 물씬나는

오늘보다 더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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