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돼지를 잡아 등에 짊어지고 친구를 찾아 가
"실수로사람을 죽였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아들의 친구라는 이들은 한결같이 기겁을 하며 내 쫓곤 했으나,
아버지의 친구라는 이는 아버지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해
앞일을 함께 고민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아들은 비로소 친구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는 오래된 이야기를 기억하시는가?
그 가르침이 도덕책이었는지 아니면 국어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람을 사귀되 가려서 사귀고
어려움에 쳐해 있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게 친구라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침의 이야기를 읽고난 뒤부터
친구라는 말을 참 어렵게 써 왔었네.
좋은 가르침이 외곡되거나 편협하게 받아들여질 때면
세상살이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네.
친구란 이야기속의 아버지의 친구와 같아야 한다는 관념이 의식속에 박혀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격 탓이었는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린 채 좀 더 폭넓게 살지 못했던 건
내 지난 삶에 있어 가장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네.
만약지금 내 아이들에게 친구의 의미를 가르친다면
친구라 여기는 모든 사람들을 시험속에 들게 하는 것 보다는
돼지고기를 고루 쪼개어 나눠주며 먹거리로 나마 마음을 대신 전하게 할 것 같네.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을 소중한 인연으로 여기며
좋은 일 함께 하며 궂은 일 서로 나누다 보면
동료로,이웃으로, 친구로 자연스레 자리메김되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일세.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종교적 수행이 아니라면 사람들 틈새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세상살이를 하는게
고단하게 사는 것 보다 더 나을일이 아닐까 싶네.
나만의 감정에 충실하며 사는 것 보다는
나를 잊은 듯 함께 어울리며 사는 게 훨씬 더 인간적이었다는.....
60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깨달음이라 하기엔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나간 일들을 두고
붙잡거나 되돌이키지 못함을 애석해 할 일은아닐세.
또한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익숙치 못한 일들에 불편해 하며 살 일은 더더욱 아닐세.
굽히고 펴는 일에 문제없을 30이나 40을 살 때라면 또 모를 일이나
이미 굽혀진채 굳어진 걸 다시펴기엔
짙누르고 있는 세월의 무게가 너무 커서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일이 아닐까 싶네.
비록 굴곡은 있었을지언정
생긴대로, 타고난대로, 그리고 어수룩하게나마
여기까지 잘 지나오지 않았던가?
많아서 여유로움이 아닌
적으니 귀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하면서 말일세.
5월일세.
맑은 햇살에 초록이 싱그럽고
살랑대는 봄바람에 꽃향기 물씬 베어있네.
어떤가?
이런날엔
하루쯤 밖으로 나서봄직 하지 않던가?
봄바람 꽃향기 속에
내 마음도 함께 실어 보내네.
201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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