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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2 233, 친구에게 2
  2. 2011.04.18 232, 인연 하나 4

233, 친구에게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1. 5. 2. 05:32

한 밤중에 돼지를 잡아 등에 짊어지고 친구를 찾아 가

"실수로사람을 죽였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아들의 친구라는 이들은 한결같이 기겁을 하며 내 쫓곤 했으나,

아버지의 친구라는 이는 아버지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해

앞일을 함께 고민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아들은 비로소 친구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는 오래된 이야기를 기억하시는가?

 

그 가르침이 도덕책이었는지 아니면 국어책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사람을 사귀되 가려서 사귀고

어려움에 쳐해 있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게 친구라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침의 이야기를 읽고난 뒤부터

친구라는 말을 참 어렵게 써 왔었네.

 

좋은 가르침이 외곡되거나 편협하게 받아들여질 때면

세상살이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네.

 

친구란 이야기속의 아버지의 친구와 같아야 한다는 관념이 의식속에 박혀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격 탓이었는지

여러 사람들과 어울린 채 좀 더 폭넓게 살지 못했던 건

내 지난 삶에 있어 가장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네.

 

만약지금 내 아이들에게 친구의 의미를 가르친다면

친구라 여기는 모든 사람들을 시험속에 들게 하는 것 보다는

돼지고기를 고루 쪼개어 나눠주며 먹거리로 나마 마음을 대신 전하게 할 것 같네.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을 소중한 인연으로 여기며

좋은 일 함께 하며 궂은 일 서로 나누다 보면

동료로,이웃으로, 친구로 자연스레 자리메김되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일세.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종교적 수행이 아니라면 사람들 틈새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세상살이를 하는게

고단하게 사는 것 보다 더 나을일이 아닐까 싶네.

 

나만의 감정에 충실하며 사는 것 보다는

나를 잊은 듯 함께 어울리며 사는 게 훨씬 더 인간적이었다는.....

60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깨달음이라 하기엔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나간 일들을 두고

붙잡거나 되돌이키지 못함을 애석해 할 일은아닐세.

또한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익숙치 못한 일들에 불편해 하며 살 일은 더더욱 아닐세.

 

굽히고 펴는 일에 문제없을 30이나 40을 살 때라면 또 모를 일이나

이미 굽혀진채 굳어진 걸 다시펴기엔

짙누르고 있는 세월의 무게가 너무 커서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냥 그대로 살아가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일이 아닐까 싶네.

 

비록 굴곡은 있었을지언정

생긴대로, 타고난대로, 그리고 어수룩하게나마

여기까지 잘 지나오지 않았던가?

 

많아서 여유로움이 아닌

적으니 귀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인연이라 생각하면서 말일세.

 

5월일세.

맑은 햇살에 초록이 싱그럽고

살랑대는 봄바람에 꽃향기 물씬 베어있네.

 

어떤가?

이런날엔

하루쯤 밖으로 나서봄직 하지 않던가?

 

봄바람 꽃향기 속에

내 마음도 함께 실어 보내네.

 

201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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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인연 하나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1. 4. 18. 06:17

사람들은 흔히들법과 병원은멀리하며 사라고 합니다.

그러나살다보면 뜻밖의일들로 원치않은 곳을나들락거리는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청년시절 동네 녀석들과 수박서리를하다

파출소시멘트바닥에서 하룻밤을지샜던 일과,

십 수년 전 친구녀석의 옛 부인한테 불려나가

술대접을 해 주며친구녀석 험담에서 부터 자신의 신세타령까지 다듣고서돌아오던 길에

집앞 100m를 앞에 두고 음주단속에 걸려 벌금과운전 정지를 당했던씁쓰레한 일을 치룬 뒤론

지금까지 법에 초연한 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약하게 세상에 온 터라

병원문을 나들락거리며 살아가야 하는건

처음부터정해진 운명이라여기고 있습니다.

작년 초가을부터 생겨난 잇몸의 염증이 걱정되어

일주일 간격으로 병원문을 나들락거린지도어느 새 두 달이다 지났습니다.

X-Ray 사진상으로 볼 때

과거에치료했던 이의신경 하나가 말썽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을 하고

씌운 걸 벋겨내 치료를 마쳤음에도크게 나아지질 않아

의사나 나 역시 심난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한테 왜 어려운 일만 시키시는지...."하며 투덜거리는의사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2007년5월,

턱뼈에 생긴종양을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한 사전 준비부터 수술 후의 마무리까지

4년 동안 줄곧어려운일만 도맡아서 해온 의사로써 생색도 내 볼만할 일입니다.

나 또한 이 의사에게 미안한생각이 들어

염증이 생겨나던 초기에 집에서 가까운병원에 들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의 뿌리에 금이 가서염증이 생겼을 수가 있다며

수술을 해서금이 간뿌리 하나를 잘라내야 한다는 처방을 내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물리적인 충격같은 건 받은 적도 없거니와

사진상으로 명확하게 나타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사의 추측만을 믿고

지긋지긋한 수술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하는 수 없이 믿고 입을 벌릴 수 있는곳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새로 찍은 C/T를모니터를 통해유심히 들여다 보던 의사가한숨을 푹 내쉽니다.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한숨을 내 뿜는 버릇이 있다는 걸 아는 나로선

혹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서 잔뜩 긴장을 합니다.

"이 치아는 왜 뿌리 끄트머리가 이렇지?"하며중얼거리던의사가

전혀 문제가 없었던이를 가르키며

"이 치아가 괴사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의사가 환자한테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것 보다는

어떻게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을 해 주는 게

환자 입장에선마음편할 일입니다.

문제의 이를 마취 조차하지 않는 채

구멍을 뚫고 신경까지 건드려도 아무런 감각조차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처음부터문제에 바로 접근하지 못했다는아쉬움 보다는,

또 하나의 이가 말썽을 부렸다는 속상함 보다는,

원인을 재대로 찾아냈다는 생각에 그 동안 답답했던 마음이금새홀가분해 집니다.

그날 이후 사흘이 멀다하고생겨나던염증이 말끔하게사라지고

이젠 신경치료가 마무리되는 대로씌우기만 하면끝이 날것 같습니다.

며칠 전 병원문을 나서면서 의사에게

"얼른 마무리하고 이젠 제발 병원에서그만 좀 봅시다"라며웃긴했어도

언제 또 다시어떤 일로병원문을 나들락거리게 될런지는

누구도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또 모를 일이나

아플 때 찾아 가 믿고 몸을 맏길 수 있는 의사가 있다는 건

누구에게든 더없이 든든할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의사에게있어 나는 환자의 한 사람에 불과할른지 모를 일이나

내게 있어서그는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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