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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되돌려 보내고 싶은 편지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3. 6. 24. 08:21

내가 편지를 처음 썻던 건

월남전쟁이 한창이던 국민학교 3~4학년 무렵

"파월장병에게 보내는 위문편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괴와 오랑캐와 삼팔선과 전방'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니던 시절에

뜬금없이 나타난 월남이라는 동네는 또 어디인지 조차 모른 채

선생님께서 시키시는대로 얼굴도 알 수 없는 국군아저씨한테 편지를 썻으니, 

당시에 썻던 그 편지를 지금 읽는다면

유치하긴 해도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무렵엔

한쪽 귀를 막은 채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야만 겨우 알아 들을 수 있는 전화도

면사무소가 있는 우체국에나 가야만 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이들끼리의 소식은 인편 아니면 편지를 통해서만 주고 받곤 했으니,

가죽가방을 어께에 맨 우체부는 더없이 반가운 손님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전화기가 일반 가정집까지 보급될 무렵까지

나는 한 친구한테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에서 부터 내 주변에서 생겨났던 일까지

소상히 적어 보내곤 했었습니다.

그 친구 또한 나 만큼이나 열심히 담장을 보내오곤 해서

편지를 기다리는 일은 내 일상에 있어서 즐거움이기도 했었습니다. 

 

 

 

 

 

 

 

 

사람들은 일상을 살면서 수많은 종류의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그 중에 보내지 말아야 할, 받지 않으면 더 좋을 편지를 꼽으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행운의 편지'라는 걸 앞세우겠습니다.  

 

행운을 앞세워 놓고

공갈과 협박을 해대며 불행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행운의 편지'라는 걸 처음받아 봤던 게

중학교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흐릿한 기억속에 남아있는 유일한 내용은

"똑 같은 편지를 써서 세 사람한테 보내면 행운이 오겠지만 안 보내면......"

글씨가 소문날 만큼 엉망이었던 관계로 남에게 편지를 쓴다는 자체도 부끄러울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표를 세 장씩이나 살 돈이라면 그걸로 라면 한 봉지 더 사야 했던 배고픈 자취생에게 있어선

행복이나 불행따위엔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 아는 사람으로 부터 전화를 통해 문자편지를 받았습니다.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의사는 살 수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다.

 

이 것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속담으로 네덜란드에서 유래되었으며

지구를 10번 돌아 당신이 받았으니 이젠 당신이 행운을 가질 차례다.

 

아무개는 이 메세지를 받아 20통을 만들어 보내 복권에 당첨되었고,

또 다른 아무개는 같은 메시지를 받았으나 보내지 않아.......

 

만약 당신이 이 메세지를 4일 안에 20통을 만들어 보내면 ....

만약 당신이 이 메세지를 보내지 않으면......"

 

 

 

 

 

세 통을 써서 보내라던 옛날보다 스무 통으로 늘어났을 뿐

행운을 가져다 준다면서도 만약 하지 않으면 불행해 질 거라는 공갈과 협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빈 총도 안 맞는 게 낫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불행해질 거라는 암시를 받는다는 건

저주를 받는 만큼이나 불쾌하다고 표현한다면 너무 과장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편지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는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나

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로서

받는 순간부터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길이란

오르막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리막만 계속되는 것도 아니듯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삽니다.

 

행복이란 마음먹기 나름이라며

행복이란 내 스스로의 선택일 뿐

남이 준다고 해서 얻어지는 건 아니라 생각하며 삽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편지를 만들었는지,

편지에서 처럼 보내면 행운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할런지는 모를 일이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맨 처음 만든 사람이나 그걸 또 다른 이에게 전하는 사람에게나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맙거나 반가움이 아닌 짜증이 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만든 사람이 몹쓸 사람이라며,

자신이 불행하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던 순진한 이의 마음을 헤아려 그냥 접어 두면 될 일을 두고 

속좁은 사람 티내며 너무 타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1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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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황당한 일 하나.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3. 6. 18. 05:54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오는 광고 전화나 문자는

대부분 나 하곤 상관없은 일들이라서 관심을 두지않고 있었으나

날이 갈 수록 횟수가 늘어나 적잖게 신경이 쓰입니다.

 

그 중에서도 보험을 권하는 경우는

"당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라는 뉘앙스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 뒤가 개운하지가 못하고,

신용조회 안 하고 서류없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경우에 있어선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를 붙혀놓고 접근을 하려는 것 같아서 심사가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이해하는 쪽에서 바라보는 건

우체국, 경찰서 등등을 사칭하거나

여론조사를 한다며 전화기 버튼을 누르라는 등의 고단수로 사기를 치는,

앉아서 남의 것을 챙겨가는 도둑들과는 비교를 해선 안되는 정직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경우완 다르긴 해도

나 자신 또한 소수의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이 원치않을 수도 있을 전화를 해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들에게 있어서 뒷바라지라는 의무의 굴레를 벗은 뒤론 

그 동안 가장노릇 열심해 해 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남은 생을 사는 동안 아내한테 눈치밥은 안 먹을 것 같다는 배쨩좋은 생각에

요즘들어선 일하는 것 보다 노는 게 더 좋긴 합니다.

나이 든 탓입니다.

 

마음편히 놀다보면 일 주일이, 한 달이 하루처럼 물흐르듯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런 일상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도

하고 놀 게 없는 날엔 옆사람 눈치를 살필 때도 가끔씩은 있습니다. 

 

 

 

지난 해 막바지에서 수장이 바뀌다 보니

조직개편이니 인사이동이니 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던 일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두 달이나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다섯 달을 실컷 놀았으니 남은 일곱 달 쯤은 일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욕심같아선

여섯 달을 일하고 남은 여섯 달은 마음편하게 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내년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올 핸 40명의 특정인을 만나야 하는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선

미리 전화를 해서 방문해도 좋겠냐는 의사를 물어야만 합니다.

 

 

권하는 입장에서 대의적 명분을 앞세우긴 해도

선택하는 이는 내가 아닌 상대방이라서,

그리고 만나하려는 취지를 제대로 이해시켜야만 할 일이라서,

말주변이 없는 사람으로서 어려움도 없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원치않는 일이라면

내 자신 또한 광고전화를 해대는 이에 불과할 따름이라서

늘 조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전화를 겁니다.

" 저는 ㅇㅇㅇ의 아무개입니다 xxx 맞습니까?"

"예, 왜 그러세요?"

취지와 목적을 자세히 설명을 하고서

업무에 지장없는 시간을 선택케 하여 방문 일정을 잡습니다.

 

하루의 업무가 정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로 부터 이틀 후,

약속시간 보다 30여 분 일찍 현장에 도착을 합니다.

길을 찾는 것 쯤이야 네비게이션이 있어 걱정할 일은 아니나

가끔은 혼돈을 일으켜서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던지라

그런 일을 되풀이하긴 싫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뭔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허름한 정문 안쪽으로 무질서하게 널부러져 있는 폐자제들,

차를 세워놓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집기엔 먼지만 쌓인 채 아무런 인적조차 없습니다.

 

"그저께 전화했던 ㅇㅇㅇ 아무개입니다."

"예, 왜 그러세요?"

"약속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안 계시네요?"

" 그 회사는 작년에 폐업을 한 모양입니다. 아마도 이 전화번호는 그 회사에서 썻던 번호인 것 같아요"

"..........."

 

"그럼 전화받으신 분은 뉘세요?"

"그 회사하곤 상관없이 그냥 세탁소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 그저께 통화할 때는 왜 그렇게 말씀을 안 하셨습니까?"

"미안합니다."

"...................."

 

하루의 일과가 통째로 어긋나는 순간입니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건

일찍 시작된 여름날의 따가운 햇살때문만은 아닙니다.

보고서 빈칸을 채워 넣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이런 써글놈이~!!!

 

 

201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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