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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28 3, 별과 밤에 대한 단상
  2. 2007.07.28 2,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3, 별과 밤에 대한 단상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8. 11:47

( 2001년 09월 20일 목요일 )

팔월 초나흘,
초록에서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
성큼 길어진 해 그림자,
해가 진 저녁하늘에 실눈섭같은 초생달,
그 바로 아래 초롱초롱 빛나는 별 하나.....
그러고 보니 별이 하나 두개가 아닙니다.

옛날 내 어릴적에 바라봤던 밤하늘엔
은하수, 북두칠성, 삼태성, 송사리별,
머리위로 금방이라도 다 쏟아질듯한 보석같은 별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았습니다.

그 무렵 누군가가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밤마다 남쪽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은빛 사선을 그으며 밤하늘을 수놓으며 떨어지던 별똥별을 향하여
내 가슴속에 품었던 소원을 주절거리곤 했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추운 겨울이건 무더운 여름이건
뜨거워진 몸뚱아리에서 흐르는 땀으로 이부자리를 흥건히 적시며,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섞인 가래를 내뱉으며,
의사이자 간호원이 되어주셨던 내 어머님의 주사를 맞으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에 빌었던 소원......

아프지 않고 마흔다섯까지만 살게 해 달라고........

내 어릴적에 별똥별을 향하여 빌었던 소원 중에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나의 서글픈 바램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열과 염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먹지말라 했던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이제부턴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뒤로부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내 마음속에 있던 소원도 바뀌었을텐데
별똥별을 보며 내가 무엇을 빌었는지는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곰곰히 생각을 해 보면
고향을 떠나와 도시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부터는
별들이 초롱초롱한 밤하늘과
은빛 사선을 길게 그으며 떨어지는 별똥별을
한번이나 보기나 했는지 기억에 없습니다.

비록,
내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마흔다섯의 나이를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와버렸지만
어쩌다가 밤하늘에 빛나는 초롱한 별들을 볼 때면
어렸을 적의 서글픈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곤 합니다.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그 말 한마디에 밤을 기다려야 했고
눈비오는 밤 보다는 별들이 초롱초롱한 밤이길 바램했었던 날들을 살다가 보니
낮 보다는 밤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내 나이 마흔 여섯,
비록 어렸을 적에 소원했던 그 나이를 살았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내 어릴적에 내가 겪었던 시련으로 암울했던 시간들과
내 어머님의 헌신적인 노고와 가슴아파했던 시간들까지도
어머님 대신해서 반드시 보상을 받아야만 할 일이며,
최소한 그 시간들 만큼은
내 아내와 내 아이들에게 아비로써 하지않으면 안될 일들과
나에게도 최소한 건강한 삶의 시간과
뒤를 바라보고 정리를 해야할 시간적인 여유도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생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내가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이자 권리일 뿐입니다.

세상사 내 바램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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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8. 11:43

( 2001년 08월 24일 금요일 )

낮엔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매미가,
밤엔 풀 숲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계절이 바뀌는 그 문턱에 와 있음을 느낍니다.

십 수년동안을 애벌래로 살아오다가,
날개를 달아서 한 해의 그 여름만 우짖고 일생을 마감한다는
매미의 기구한 삶을 생각하면,
한 여름동안 귀가 따갑도록 울다가 지친 듯
이젠 한풀꺾인 듯 한 그 울음소리가
처량하고 또 가엾기도 합니다.

지난번 고향 바닷가 백사장에서 있었던 친구들의 모임 길에서
일찍심은 벼가 벌써 고개를 숙이려 하고
늦여름의 햇볕에 익어가는 고추의 빨간빛이 더욱 짙어져가는 광경을 보며
가을도 멀지 않았음을 느꼈습니다.

황토밭에서 한 여름동안 무성하게 뻗었던 고구마 줄기와 잎사귀도
눈부신 햇살에 지친 듯 축 늘어진 모습이 힘겨우나
땅 속 줄기에 달려 있는 고구마의 알맹이는
토실하게 살찌우며 영글어 가느라 여념이 없을 때입니다.

내 어릴적 이맘때 쯤이면
밭에 김을 메러 가셨던 어머니께서 저녁을 지으러 집에 돌아오시는 길에
고구마 이랑에 배부른 듯 땅이 갈라진 곳을 헤집어

토실하게 자란 고구마를 캐 오셔서 밥솥에 얹어 익혀주시곤 했던 모습과
모시적삼에서 베어나오는 어머님의 땀냄새가 그리워집니다.

늦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
뜨겁게 달궈진 백사장의 열기에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오랜만에 만난 고향의 친구들과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들과
풍성한 결실을 맺기위한 대자연의 배려라 여기니
이런 뜨거운 하루도 더 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부터 들려오던 소쩍새의 울음소리도
언제 부턴지 들리지가 않는 걸 보면
그 녀석도 가을이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고선
벌써 먼곳으로 떠나버렸나 봅니다.

나는 내가 태어나고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가을을 기다리곤 하지만
언제부턴지 무더워서 싫기만 했던 여름이 떠나감을 아쉬워하곤 합니다.

세상을 살다가 보니
땀을 제대로 흘리지 않고 여름을 보냈을 땐
아무리 좋은 계절인 가을도 기대했던 만큼 풍성하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
꼭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없는지 두리번 거리거나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
뭔까 쫓기는 듯 허둥대는 뜻은
내가 바램하는 그런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속마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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