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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8 24, 53병동의 일기(10, 수술 후 여덟째날)
  2. 2007.07.08 23, 53병동의 일기(9, 수술 후 일곱째날)

24, 53병동의 일기(10, 수술 후 여덟째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13:45
07시 30분,
주치의가 회진을 와서 상태가 어떤지 물었다.
어제 초저녁보다 턱 부위가 많이 가라앉았으나 통증은 여전했다.

08시 00분
네끼니째 먹는 죽이지만
턱뼈의 통증과 부음을 걱정하여
오늘 아침부터는 입놀림을 최대한 조심하고
말 수도 줄이기로 했다.

08시 30분,
아침회진(박철민)을 마치자 마자
곧장 치과로 가서 소독을 마쳤다.

09시 30분,
아침에 항생제 주사를 맞자마자 그동안 맞고 있었던 링거를 뺐다.
조금 쉴 마음도 있었지만 한곳을 너무 오랫동안 맞을 수 없다기에
오른쪽 팔로 이동하기 전(점심을 먹은 후)까지 주사를 쉬기로 했다.

11시 30분,
회사에서 동료들이 문병차 다녀갔다.

12시 30분,
점심으로 나온 죽을 먹은 다음
포도를 몇 알 까서 입에넣었다.
죽만 먹는 것 보다는 다른 것도 곁들여서 먹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13시 30분,
오른쪽 팔에 다시 주사를 꼽았다.

17시 20분,
회사에서 동료들 다수가 문병차 다녀가고 난 뒤
신규엄마가 아내의 먹을 반찬을 해왔다.

21시 00분,
치과에 가서 입안 소독을 마치고 나니
턱의 부기도 조금 빠진 듯 싶고 통증 또한 약간 적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혀밑에 뚫려있는 부분에
언제 새살이 돋을까 하는 걱정이 새로 생겨났다.


22시 00분,
수술하려는 날에 왔던 친구녀석이 술을 약간 마시고서
부인과 함께 다녀갔다.
내겐 서운함도 있었으련만
등치는 훨씬 작지만 마음 씀씀이는 나보다 큰 녀석이다.


2007년 7월 4일(수).

23, 53병동의 일기(9, 수술 후 일곱째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13:22

01시 20분,
매일 3회씩 정기적으로 맞는 주사가 처음엔 여섯가지 였는데
이젠 3가지로 줄어들었다.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지금 맞는 건 항생제와 지혈제와 위장약이라고 한다.

08시 00분,
금식 8일만에 처음으로 숫가락을 이용해서 음식을 입안으로 넣은 셈인데
싱거운 흰죽이었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 탓이었을까?
아니면 오랫동안 굶었던 탓일까?

08시 20분,
아침 회진을 온 의사가 내 입안의 상태를 살피더니
아무래도 이번주까지는 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이제 겨우 화요일인데 언제 이번주가 다 가냐?

10시 30분,
치과에 가서 소독을 마친 의사가
오늘밤엔 골반에 박아둔 핏줄을 빼겠다고 한다.

12시 30분,
점심때 나온 죽이 조개로 쑨 죽이다.
조개죽을 잘 쒀서 그랬는지
이렇게 맛있는 조개죽은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점심을 먹으며 턱뼈를 움직였던 탓인지
아니면 문병을 오신 분들과 말을 많이 해서 그랬는지
입술 아랫쪽에 통증이 갈수록 심해진다.

14시 00분,
담양에 계시는 처이모님과 국민학교 친구인 미경이와 한율내외
먼저간 친구의 부인인 신규엄마와 작은형님께서 문병을 다녀가셨다.

18시 30분,
직장동료들 다수가 문병을 다녀간 다음부터
견딜 수 없을만큼의 통증은 물론 입술 아랫쪽 턱이 많이 부어올라서
걱정이 생긴다.

21시 30분,
치과로 가서 입안 소독을 받은 다음
골반에 꼽아둔 핏줄을 제거하던 주치의가
핏줄을 빼낸 곳을 꼬메야 하는데
마취를 시킬 때 따끔함과 그냥 꼬멜 때 따끔한 정도가 같으니
마취를 하지않고 꼬메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21시 40분,
바늘로 꿰메는 순간뜨끔하다는 느낌은 받았으나
그런대로 참을만 하여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견딜 수 없을만큼의 현깃증이 밀려오고

속이 메스꺼워진다고 느껴지는 순간
의식이 끊기고 말았다.

눈을 뜨는 순간
내 두다리는 높히 올려져 있고
여러사람들이 내 팔과 손과 다리를 주무르며 두런거리고 있었다.
눈물자욱 선명하고 놀란 얼굴을 한 아내를 보는 순간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기절을 했던 모양이다.

23시 00분,
당직의사의 부축을 받아서 5층에 있는 병실로 돌아왔다.

새로 생겨난 통증과 퉁퉁하게 부어오른 턱.....
심신이 많이 약해있었던 모양이다.

우연이었겠지만
어쨋든 어젯밤

내가 이상하게 생긴 차를 운전하며 떠났다는 아내의 꿈이

조금은 들어맞은 셈이다.


2007년 7월 3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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