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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7.08 17, 53병동의 일기(3, 수술 후 첫날)

18, 53병동의 일기(4, 수술 후 둘쨋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09:15

01:30분,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무심결에 오른팔에 꼽은 링거줄을 보니
투명한 색이 아니라 빨간 색이라서
깜짝놀라 줄을 따라 침대 밑으로 내려가니
병실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고인 채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잠에 취해있는 아내를 깨우고
벽에 설치해놓은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눌렀으나
간호사가 오질않아 아내를 시켜 간호사를 불렀다.

도데체 얼마나 많은 피를 쏟아낸걸까?
간호사가 와서 링거줄 연결부 이탈된 곳를 다시 조이고 나서
대걸레 세자루를 가져와 피를 훔쳐내고 바닥을 닦아냈다.

마음같아선 현장을 그대로 보존케 하고 싶었지만
그 이상 확대하고싶은 마음이 없어서 그냥 넘기기로 했다.

03시 00분,
내 힘으로 화장실에 걸어가 첫 소변을 봤다.
둘째형님께서 첫 소변을 볼 때 약간 따끔할거라 하셨지만
소변줄을 뺄 때 보다는 훨씬 덜해서 다행스러웠다.

06시 00분,
2층에 있는 치과로 가서 입안 내부를 소독했다.

08시 00분,
주사기를 이용하여 호스를 통해 목구멍으로 미음을 세차례 주입했으나
고통과 거북스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0시 00분,
수간호사가 병실로 왔기에

간밤에 링거줄 고정부 이탈로 피를 쏟은 경위와
그동안 쌓여있던 불만을 한꺼번에 모두 털어놨더니
웃으며 헌혈을 한번 한 셈으로 치라며

전원에 꼽아서 쓰는 액체모기향을 사왔다.

수술을 할 때 피를 많이 흘렀노라는 주치의 말도 있었는데

이런 환자한테 헌혈이라니.....

12시 30분,
주사기를 이용하여 두번째로 미음을 목구멍에 주입했으나
내가 힘을 주는 통에 입에서 피가 쏟아져 결국엔 중단하고 말았다.

14시 30분,

병실에 산소여과기를 매단 환자가 들어와

소음 등 여러가지를 감안하여 병실을 5310실로 옮겼더니

이곳엔 권투를 하다가 코뼈를 부러뜨려 수술을 받기위해 입원한 고등학생이 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권투를 함께하는 다른 녀석과 맞짱을 뜨다가 그랬다나 어쨌다나.....


15시 00분,
주치의(유재식)가 와서 동맥혈을 채취하기 위해 발등에 꼽아놓은 주사바늘을
혈액채취 후 제거를 하고나니 걸음걸이가 한층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주사기를 통해서 미음을 주입하는 일이 쉽지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입하는 과정에서 몸에 힘이 주어지게 되고
봉합했던 곳에선 피가 더 솟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서
주치의에게 이야기 했더니만
앞으로 3일동안만 금식을 하고

대신 혈관을 통해서 영양제를 주입하겠다고 해서 동의를 했다.


22시 10분,
우유빛이 나는 영양제를 혈관을 통해서 투입하기 시작.

11시 50분,
낮에 미음을 입안에 주입할 때 솟아나기 시작한 피가
줄어들지 않은 채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 걱정이다.


2007년 6월 28일.

17, 53병동의 일기(3, 수술 후 첫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08:12

00시 30분,
내 아내와 아들, 그리고 둘째형님 내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내가 누워있는 곳이 수술실이 아니라 병실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입은 무언가로 움직일 수 없도록 단단히 고정되어져 있었기에

아내에게 팬과 종이를 달라고 해서

누운 채 보지도 않고 글을 써서 내 의사를 전달하기 시작하고

아내는 내가 묻는 말에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다.


00시 40분,
여덟시간이 가까운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깨어났다는 사실과
내 곁에 아내와 아들과 형님내외가 있다는 사실에 더없이 든든했다.
입에서 쉼없이 흘러나오는 피를
아들녀석이 잠 한숨 안 자고 뽑아내며 아침을 맞았다.

10시 00분,
지난밤 늦게 귀가를 하셨던 둘째형님 내외께서 다시 오셨다.

11시 00분,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얼굴 파노라마 사진과 가슴 X-RAY 사진을 찍고 내려오니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빠곁을 지켜줬던 준영이가
군에 입대를 하기 위해서 초췌한 모습으로 떠난다.
비록 보충역이긴 해도 훈련소까지는 바래다 줘야하건만
하필이면 내 모양이 이꼴이니..........가슴만 쓰리다.


13시 40분,
어제 석양에 수술실로 배웅을 해 줬던 형제들이 시골 누님댁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병원으로 오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어서 일일이 손을 잡았다.
동위의 친구 경남이가 병문안을 와서 반갑고 고맙기 그지 없으나

많이 일그러진 얼굴 보다는
시간이 지나서 조금이라도 더 괜찮아진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8시 00분,
형제들이 모두 떠나고 아내와 나만 남았다.

20시 30분,
주치의(유재식)가 병실로 와서
입을 고정해놓은 테입을 떼어내니

손으로 쓰는 문자대신 비록 불편하긴 해도 입을 통해서 가까스로 의사소통을 하니

답답함이 한결 가셨다.

요로에 끼워놓았던 소변줄을 빼냈다.
내 몸에 달아놓은 줄 하나를 떼어낸 것에 불과하지만
느낌만으론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오줌이 마려울 땐
이제부터 내 발로 걸을 수 있겠다 싶으니
그것만으로도 좋다.

이젠 골반뼈를 떼어낸 곳에 피를 고이지 못하도록
밖으로 피를 유도해 내는 핏줄과
팔에 꼽아놓은 링거만 떼어내고 나면 되는데.......

2007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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