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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8 16, 53병동의 일기(2, 수술하는 날)
  2. 2007.07.08 15, 53병동의 일기(1, 입원 첫날)

16, 53병동의 일기(2, 수술하는 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07:02

06시 10분,
남여 의사 두 사람이아침일찍와서
수술복으로 갈아입게 하고 머리는 머리카락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칭칭 싸멘다.

오른팔 동맥에서 혈액을 채취한 다음
양팔에 각각 링거액 1개씩을 꼽으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환자가 되어버렸다.

11시,
서울에서 둘째누님과 매형, 동위가 도착하고
조금 뒤엔 작은형님 내외와 큰누님께서 오시고
친구녀석 희표가 오니 병실에 사람들로 가득해 졌다.

12시 30분,
아내가 병원에 오신 분들께 점심식사를 대접

14시,
수술은 오후에 받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병원으로 부터는 몇시쯤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언질조차 주질 않아서
기다리는 심사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전주에서 장모님과 처남댁이 오셨다.

15시 00분,
수술을 받기위해 기다리른 시간의 지루함이란

차라리 고통이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화가 나기 시작,
아내를 시켜 2층 치과에 수술예상시간을 알아보라 했더니
내 앞에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자욱을 꼬메고 있다며
앞으로도 1시간쯤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16시 35분,
병원측에서 몇 사람이 와서 내가 누워있는 침대째 끌고 가는데
아내와 아들과 형제들이 내 손을 잡고 수술실 문밖까지 따라와
울먹이며 배웅을 한다.

내가 지난 40여일동안 마음의 평정을 잃지않고 의연해 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바로 이들로 부터 왔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16시 40분,
내 키가 수술대 보다 길기 때문에
수술대에 대각선으로 눞혀야겠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마지막으로
차츰 의식이 흐려지고 말아
의식을 다시 찾을 때까지 내게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2007년 6월 26일.

15, 53병동의 일기(1, 입원 첫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06:57

14시까지 입원과 관련하여 접수를 못하면
계획되어있는 수술을 받지 못할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경고성 안내문이 마음에 걸려
30여분 전에 미리 도착해 접수를 하니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병실을 배정받고 입원을 했다.
5층에 있는 53병동 17호실, 즉 5317호실이다.

18시 :
수술 전에 먹을 수 있는 마지막 밥이라
뱃심이라도 든든히 하고싶어 병원에서 나온 밥을 한그릇 다 비웠다.
군대 입영을 앞두고 아버지 수술 뒷바라지를 위해 내려왔던 아들에게
좋아하는 고기라도 먹이고 싶어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19시 30분 :
얼핏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인기척이 있어 눈을 떠보니
둘째형님 내외가 와 계신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형제가 뜨겁게 포옹을 했다.
그동안 서로에게 누적되어 있었던 서운한 생각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형제란 이래서 좋은가 보다.

21시 30분 :
마취과에서 호출이 있어 그곳으로 가니
내일받을 수술시 마취과정과 예상할 수 있는 갖가지의 부작용,
수술 이후에 뒤따를 진통을 위해서 무통제를 맞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고
서명을 했다.

24시 00분:
2층에 있는 치과로 가서 주치의(유재식 의사)로 부터
수술방법과 과정, 수술 이후에 예상할 수 있는 갖가지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서명을 했다.

마취와 수술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최악의 경우까지도 발생될 수 있는 것들이라서
듣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공포스럽기도 했으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오직 다행스러울 일이라면
턱뼈를 통째로 잘라내는 수술이 아니라
발생부위의 뼈를 긁어낸 다음
골반뼈를 떼어내 이식을 하는 수술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2007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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