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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6.03 14, 군수님들을 기다리는 흑석산 2

10, 내게 왜 이런 일이(6)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6. 8. 18:44

2년마다 한번씩 하는 종합검진을 하는 과정에서
초음파와 X-RAY 사진상으로 아내의 가슴에
직경 약 5mm 크기의 결절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보니
내게 생긴 일만으로도 심난스럽기 그지없는데
설상가상도 유분수지 또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전문의와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생김새로 보아 물혹이나 양성종양으로 보이며
요즈음엔 유방을 절제하지 않고 맘모톰이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그 결절만 간단하게 떼어낼 수 있고
조직검사를 해서 결과를 보면 된다"는 설명에 조금 안심은 되었지만
악성일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

심난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마침 그 병원에서 그 시술을 한다며
가능한 빨리 제거하고 조직검사도 해야 한다기에
의사를 믿고 시술 비용과 시술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서 돌아왔던 게

나흘전의 일이었다.

어제(6월 7일)는 아내의 시술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날이라
아침도 먹지 말아야 한다기에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서
시간에 맞춰 막 나가려던 순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를 끝낸 아내가 나에게
"기계가 고장이 나서 시술을 할 수 없으니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길레
화가 치밀어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루 전에라도 미리 연락을 해 주던가
다른 병원으로 연결을 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라며
"아무리 의술은 없고 상술만 있다는 세상이지만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냐"며

원장에게 따졌다.

병원에 신뢰가 떨어지니
기계를 고친 다음까지 기다려서 시술을 할 마음은 켜녕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 무책임한 병원엔 가기조차 싫어졌다.

병원장의 몇 마디 사과와 더불어
곧장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 봐주기로 하고서 전화를 끊었지만
직장 출근도 접은 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의 입장에서
병원측의 처사에 대한 불쾌함은 쉽게 삭혀지질 않았다.

결국엔 그 병원에서 연결을 해 준 다른 병원으로 가서
초음파와 기타 필요한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고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시술을 해서 결절을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시술을 모두 마친 의사가
떼어낸 조직 5조각을 보여주며
문제가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나에게 설명을 해 주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떼어낸 게 어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조직검사의 결과가 아무것도 아니기만을 바랠 뿐이었다.

보험 적용이 되지않은 초음파검사와 시술비용
그리고 조직검사 비용까지 72,4000원을 치루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통증이 심해서 약국에 들러 진통제를 사 먹이고 나니
한시간 후쯤엔 통증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간밤에 아버님 꿈을 꾸고서 아내에게
"혹시 오늘 좋지않은 일이 생길런지 모르니까 조심하자"고 했었던 게

새벽이었는데 시술을 예약했던 병원과 아침에 불쾌했던 일 말고는

더 이상 다른 안 좋은 일은 생겨나지 않아다행스러울 일이다.

아내를 혼자있게 하고서 예약이 되어있는 치과병원에 가서

두시간 가까이 걸려서 어금니 두개의 신경치료를 마무리 했다.

이 병원에 처음 들렀을 때부터의사와 간호사의 친절은 물론이고

대학병원에서 해야 할 수술에 대비하여사전 준비의 역할만 맡겨

금전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기간을 단축해서 환자의 고통을덜여주려는배려가 하도 고마워서

지난번 병원에 들렀을 때작은 성의를 표시했던 일도 있고 보면

아침에 아내가 시술하려 했던 병원과는 너무나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치과에선 "어금니 말고 나머지는 신경치료에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니

한 시름 놓여지긴 해도수술을 해야 할 날짜가

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서 심난스럽다.

오늘 점심시간이 지날 쯤
아내의 조직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아무런 걱정 안해도 될 물혹이었다"고.......

2007년의 6월과 7월은

내게있어선 어느 해보다 힘겨울 시간일 것 같다.

그래서 올 여름의 의미를
"내 가족에게 붙어있는 우환을 모두 떼어버리는 계절"로 자리메김 해 놓고서
가을부터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라도 갖고 살아야겠다.

내겐 지금보다 더 내려갈 아래는 없으니까.......

2007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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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군수님들을 기다리는 흑석산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6. 3. 23:40

영암 월출산을 지나서 해남쪽으로 약 20여km 쯤 가다 보면 강진 성전을 지나 오른쪽으로 능선의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은 산, 산을 좋아하는 외지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빼어날 만큼 잘생긴 이 산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가래재에서 바라본 흑석산의 호미동산)

2년 전 여름 동료들과 부부동반하여 흑석산에 왔다가 초행길에 이정표 조차도 세워져 있지않은 산길을 걸어 호미동산을 지나왔던 일을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간이 콩알만 해지고 심장이 벌떡거리곤 한다.

우회로 조차 없는 외길의 호미동산 암릉에서  발 하나 마음놓고 딛을만한 자리가 없는 천길 낭떠러지의 암벽을 앞에 두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엔 해는 이미 기울어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 암벽을 통과하느라 가슴 졸이며 모험을 했던 그때의 일만큼은 내 기억속에 흑석산이 있는 한 평생을 가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흑석산 정상에서 바라본 흑석산의 능선과 호미동산)

호미동산의 험준한 절벽에서 아찔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 평소 산행을 함께 다니는 친구 복영과 남양 둘을 꼬드겨 흑석산으로 향하는데 월출산 풀치재를 넘어서면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산행 출발 지점인 흑석산 기도원에 이르니 기어이 진눈개비로 변한다.

비록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가 험한 반면 암릉 곳곳에 천길 낭떠러지가 있어 아차하는 순간에 저승사람이 되고 말겠다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던 산,
그 산엘 다시왔으나 하필이면 이런 날에 눈이라니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이 산은 남녘의 어느 산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을만큼 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유명한 월출산의 명성에 가려져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인적조차 없는 가느다란 산길엔 변변찮은 이정표 하나 세워져 있지 않으니 이 산의 능선이 영암군과 해남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어서 해당 군수님들이 이정표 세우는 비용을 아낄 심사로  서로 눈치만 보고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흑석산 등산로와 우리가 걸었던 길 )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 산의 주 등산코스는 강진군 성전면 재전마을에서 출발하여 별매산, 가학봉, 깃대봉(흑석산)정상, 바람재, 봉화대터, 가리재로 내려와 영암 학산면 학계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다고 하는데 흑석산 등산을 하면서 호미동산을 가지 않는다는 건 설악산에 가서 공룡능선을 빼놓고 등산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산행 출발깃점인 흑석산 기도원으로 향하는 길 )

흑석산 기도원 출발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가파른 능선이 시작되고 단숨에 오르기엔 숨이 벅차긴 해도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올라 선 가학봉(577m)은 커다란 성곽을 둘러친 천연요새의 형상으로 사방이 절벽으로 되어있는 20여평 정도의 좁은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동북쪽엔 강진의 들녘을 안은 월출산과 서북쪽으로 흑석산 정상과 남서쪽엔 보기만 해도 짜릿한 암릉의 호미동산이 한눈에 보인다.



(가학봉에서 바라 본 월출산 )

가학봉에서 내려와 정상쪽으로 향하는 좁다란 산길엔 길고 넓적한 잎마다 눈을 얹어놓은 조릿대 숲을 털며 지나오느라 온몸을 흥건히 적시고 말았으니 까마득하게 남아있는 산길을 가야할 생각을 하면 참으로 난감할 일이다. 가학봉에서 1.4km 쯤에 이르니 정상인 흑석산(깃대봉)과 호미동산의 갈림길인 가래재다.



(가래재에서 바라 본 가학봉 )

지난 처음 산행때 이곳에서 곧바로 호미동산으로 향했기에 정상을 밟지 않은 아쉬움이 적잖게 남아있었다. 절벽에 누군가가 매달아 놓은 가느다란 밧줄, 2년 전에 왔을 때도 그랬고 오늘도 역시 흑석산에서 밧줄은 이곳 말고는 없었다.

비록 옷은 흠뻑 젖어서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오지만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800여m밖에 되질않아서 엄습하는 추위쯤은 감수하기로 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엔 단단한 화강암으로 얽혀있는 능선마다 노송이 뿌리를 내린 채 오랜세월동안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광경은 겨울이라서 더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흑석산 정상 )

호미동산 능선을 걷기 위해선 흑석산(650m)에서 다시 가래재로 되돌아와야만 할 일이지만 출발할 때부터 정상과 호미동산을 마음에 두고 온 이상 가래재에서 왕복 2km도 채 되지않은 산길을 오가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만 할 일이다.



( 깃대봉 표지석에서 기념으로.....옷을 젓은 건 친구역시 마찬가지)

흑석산 기도원에서 출발한 지 두시간만에 정상을 밟고 다시 가래재로 되돌아와 칼날능선인 호미동산 방향으로 접어들 때를 맞춰서 잠시 걷혔던 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끝내 시야가 어두울 만큼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 가래재로 다시 되돌아 와 호미동산 방향으로......아찔한 낭떠러지가 장난이 아니다. )

지난번 산행때 좋은 날씨였음에도 절벽에 찰거머리처럼 몸을 붙인 채 겨우 지나갔던 그 능선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런 날엔 더 위험할 것만 같아서 친구들한테 왔던 길을 되돌아가자고 하니 남양이가 기어이 그 쪽으로 가겠다며 앞장을 서는 통에 마지못해서 뒤를 따랐다.


(호미동산 쪽에서 바라본 흑석산 정상 )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도 한참이나 지났으나 밥을 먹을만한 바람의지 조차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걷다보니 춥고 배고픈 게 얼마만큼 견디기 힘든 것인지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옷은 흠뻑 젖었으나 뒤로 보이는 능선은 까마득 )

찬 바람이 살을 애는 절벽은 미끄럽기 그지 없어 긴장은 되나 처음 왔을 때 아내가 어떻게 지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거리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스러울 일이다.
초행 때 한 시간 쯤 걸려서 통과했던 능선을 두시간도 더 걸려서 통과했으나 무사히 지나 온 것만으로도 참 다행스러울 일이다.


(호미동산 능선에서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 )

하지만 문제는 흑석산 자체가 인적이 그리 많지않은 산이고 특히 호미동산의 낭떨어지를 몇 군데 통과를 한 이후론 희미하던 산길조차 감쪽같이 사라져서 지난번 산행 때도 무작정 산 능선을 타고 들까지 내려오느라 무진 애를 쓴 일도 있었기에 이번엔 적당한 곳에서 하산지점을 정해 내려오면서 바람이 닿지않은 곳이 있으면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 호미동산 능선엔 이런 절벽이 몇 군데가 더 있다. )

그러나 길도 없는 곳으로 무작정 내려오다 보니 온갖 나뭇가지와 덩굴로 얽혀있는 곳을 헤집고 내려오는 동안 체온으로 조금 말랐던 옷이 가지에 쌓인 눈으로 다시 흠뻑 젖고 말았다.



(눈이 내려 시야가 흐린 탓에 절벽의 끝은 보이지도 않고.......)


오늘같은 날씨엔 허기만 면할 수 있는 간편식이라야 하건만 느긋하게 산행을 하고 먹는 것까지 즐기자는 취지로 버너와 생고기와 김치를 가져왔으니 이 추운날 산중에서 익혀먹을 일이 참으로 난감하나 어떻게든 허기진 배는 채워야만 할 일이었다.



(호미동산의 마지막 구간을 통과하며......)

젖은 몸은 가눌 수 없을만큼 떨리고 추운데 김치와 고기를 섞어 불을 지폈지만 도무지 끓을 기미조차 없고 설상가상으로 바람까지 살랑거리니 참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 잠시 후 설익은 김치찌게에 차디찬 밥을 입에 넣지만 짠지 싱거운지 또 맛이 있는지 없는지 마음에 둘 일은 아니었다.



( 길이 있던지 말던지무작정 아래로 내려가면들이 나오리라는 생각 ) ☜큰 산이 아니라서 가능할 일

오직 어떻게든 이 숲을 고생 덜하고 빠져나가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고픈 생각만 가득할 뿐이었다. 돌아가자 마자 먼저 해야 할 일은 영암군수님과 해남군수님께 전화를 걸어서 "틈 나시거든 흑석산 등산을 꼭 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는 일이다.

암벽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밧줄이라도 묶어놓지 않는 한 산길에 방향을 표시해놓은 이정표가 세워지지 않는 한 흑석산 가래재에서 호미동산의 산길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두번다시 흑석산엔 가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내 마음이 어떻게 바뀔런지는 모르겠지만..........

- 2002년 11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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