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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5.15 5, 내게 왜 이런 일이(1)

6, 내게 왜 이런 일이(2)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5. 16. 04:46

국민학교 1~2학년 시절 큰 병앓이 이후
십수 년 전쯤에 폐렴으로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했던 일과

7~8년 전 해묵은 축농증 수술과

3년 전 쯤 목욕탕에서 넘어져 세끼손가락 인대가 끊겨 사흘동안 입원했던 일 말고는
건강에 관해선 비록 안심은 하지 않았어도 크게 걱정은 하지않고 살았었다.

국민학교 시절 병원에 다닐 무렵 하도 심난했던 그 어린 나이에
기왕 세상에 태어났으니 아버지 나이인 마흔 다섯살 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며 빈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건강에 자신이 생겨났던 때인 결혼을 한 이후부턴
마흔 다섯이라는 나이를 의식하거나 집착을 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며,
어렸을 적에 바램을 했던 나이를 지나 올 무렵엔
그런 생각을 언제 했었는지 조차 까마득히 잊은 채 몇 해를 지나온 다음에야
내가 어릴적에 그런 바램도 했었다는 기억을 어슴프레 떠올리게 되었다.

가정을 일구는 동안
아내와 생각의 차이로 생겨난 갈등에 극한 상황까지 갈 때도 있었고
때론 감정을 얹혀서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나날들은 남편을 남편으로 섬길 줄 아는 아내와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있어 내겐 더 없는 행복이었다.

6촌 형제간이자 어릴적 절친했던 친구가
걸음마를 막 시작하려는 딸 아이를 두고 어느날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도,
아내와 나를 엮어줬던 친구가
어린 세 아이들을 두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도,
지난 봄에친구녀석이 폐암으로세상을 떠났을 때도
죽음엔 순서가 없다며 내 책임을 다하는 날 까지는
아프지도 죽지도 말아야 한다는 마음속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 자식이 험난한 세상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된 다음이라면 모를 일이나
그 전에 떠나는 것은 책임을 다 하지 못함이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짐을 지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랫쪽 턱뼈의 대부분을 잘라내고
다리뼈나 엉덩이 뼈를 잘라다 붙여야 하며
없어진 이는 인공으로 만들어서 박아야 한다는 상황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다.

운이 좋게 잠이 들었을 땐 잠시나마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눈만 뜨면 내게 닥쳐 온 상황에 낙담해 하며 한숨만 짖다 보니
아내에게도 미안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유시간을 갖지 않으려고 틈이 날 때마다밭으로 가서
지난번에 비닐을 씌워놓은 이랑에 씨를 뿌리며 한나절을 보내고
점심무렵 피곤한 상태로 돌아와서 잠에 떨어지곤 하다 보니
차라리 집에서 심난해 하는 것보다 낫다.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서 떼어낸 자리엔
큼지막한 알사탕을 넣어놓은 것 처럼 부어오른 채
닷새가 다 되어서야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나
꼬멘 자리에선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는 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회사 근무를 하면서도 인터넷을 통해서
"턱뼈 속에 양성종양"이라 써 넣고 검색을 해 보니
내게 해당되는 부분이 이렇게 나와있다.

"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완전히 뼈안에 묻혀 있는 경우에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아 주머니(치배)안으로 물이 차서 물혹(낭종)이 되거나
세포가 변성되어 양성 종양이 생겨 점점 턱뼈를 흡수하면서 성장한다.
이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턱뼈의 상당 부분이 흡수된 다음에야 발견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심한 경우 턱뼈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까지 된 책임의 전부가 나에게 있지만
2년 전 건강검진을 했던 치과담당 풋내나던 여의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형식적인 건강검진이라지만
조금만 더 신중하게 봐 주고
최소한 "병원에 가서 사진 한장 찍어보라"는 말만 해 줬어도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5, 내게 왜 이런 일이(1)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5. 15. 00:53

몇 년 전부터 왼쪽 턱의 중간쯤 부위가 약간 볼록해져서
만져보면 조금 멍멍한 느낌만 있을 뿐
통증도 없고 사는데 그리 불편하지 않아서 별로 의식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내가 그런 느낌을 자각하기 시작했던 싯점은 4~5년은 족히 되었을 듯 싶다.

2년 전 가을, 직장에서 1년에 1회씩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
치과 담당의사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고 물었으나
"흔히 있는 일이며 아무렇지도 않다"라며
너무 예민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는 설명을 들은 뒤론
이 부분에 대해선 마음조차 두지않고 살았다.

며칠 전,
윗 사랑니 부근에 뭔가 자꾸 끼어있는 느낌이라서
이쑤시게로 쑤셨더니 통증이 생기고
그 통증이 하루가 지나도 가라앉지가 않아서
동네 치과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내가 이사를 하기 전엔
이가 좋지 않아동네의 치과병원에 갈 땐
의사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해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치료만 하고 말았으나
이 병원엔 가자마자 간호사가 사진을 한번 찍어보자고 하길레
"사진까지 찍을 필요 있겠냐"며 반문을 하면서도 순순히 응했다.

이 때 찍은 사진이 이 전체를 찍은 파노라마 사진이었는데
진료를 하던 의사가 아픈 곳은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선
"턱뼈에 문제가 있는데 진료의뢰서를 써 줄테니 대학병원으로 가 보라"고 한다.

문외한인 내가 볼 때도 모니터로 보는 사진엔
턱뼈에 큼직하게 자리잡은 뭔가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가 있어서 의사에게 물었더니
"확실한 건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수술을 해서 턱뼈를 떼어내고
다른 곳의 뼈를 이식해야 할 상황까지도 생각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는 말을 하며
"아직 뭐라고 할 수 없으니 미리 겁을 먹거나 걱정을 하지는 마라"라고 한다.

청천벽력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항이라서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내게 왜 이런 일이"라며 장탄식이 쉼없이 쏟아져 나오지만
엄연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 지 모를 일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나서
그 다음날 아침 의사의 진료의뢰서를 챙겨서 대학병원으로 갔다.

X-RAY 사진을 찍은 다음 의사의 사진 설명을 들으니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 하나가
잇몸에서 옆으로 길게 누워있는 게 확연히 보인다.

CT를 찍고,
다시 턱뼈의 상태에 대해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조직검사를 위해서 Sampling을 하고......

일주일 후에 검사 결과를 보고
수술 방법과 수술 날짜는 그때 잡자고 한다.
수술은 빨라도 6월쯤이나 되어야 한단다.

지난 11일,
그러니까지금으로 부터 나흘 전의 일인데
내 자신이너무 심난하고 하루하루가 지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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