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공에 쓴 편지'에 해당되는 글 340건

  1. 2007.05.29 9, 내게 왜 이런 일이(5)
  2. 2007.05.26 8, 내게 왜 이런 일이(4)

9, 내게 왜 이런 일이(5)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5. 29. 13:06

신경치료를 위해서 동네의 치과병원에 예약시간을 맞춰서 갔다.
첫날 열개의 이 중에 일곱개에 구멍을 뚫어신경을 죽이는 약을 넣어 놓았기에
이 날은 나머지 세개만 하면 되는 거라서부담은 없었지만
긴장이 되는 건 첫날이나 마찬가지다.

진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날씨 탓인지 머리에선 땀이 솟아나 흘러 내리고
모니터에 비춰놓은 구멍뚫린 턱뼈와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내 신세가 참으로 심난스럽다.

"오늘은 갯수가 적으니 부분마취만 하겠습니다"라며
의사가 잇몸에 마취제를 주입하고 30여분 쯤 지날 때 치료가 시작되었지만
나도 모르게 겁을먹고 있었는지
"심장이 뛰는 모습이 보이네요"라며 의사가 웃는다.

내 스스로를 생각하기에도 나는 참 겁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 주사를 맞기 시작하면서 부터 생겨났던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이 나이들어서도 여전하니

병원에 갈 때마다 내가 감수해야 할 일들에 대해
죽을 때까지 의연하지 못할 게 틀림없다.

기다렸던 시간에 비해서 치료시간이 짧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신경치료를 시작하려고 다음 예약을 하려는데

6일 후인 다음주 수요일에나 가능하다니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 내 입장에선 답답할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차례를 정하는 건 병원측의 사정과 권한이라 어쩔 수 없다.

첩첩산중,설상가상......
이 모든 것들이 요즘 나를 두고 만들어진 말들인 것 같다.

곧 아물테니 걱정말라고 했던 조직검사 부위에서 솟아나오는 고름은
날이 갈 수록 농도가 더 짙어지는 듯 싶고
양도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느낌이라서

심난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해에 무성히 뿌리를 내렸던 쑥과 잡초를없애기 위해
이른 봄에 제초제를 뿌려놓은 이후 가보질 못했던 산소에
수술을 하기 전에 한번 다녀오고 싶어 아내에게 의향을 물었더니

함께 다녀오자고 한다.

한달에 한번있는 모임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없지않겠지만
남편 혼자 내려보내고 걱정하는 것 보다는
따라가 주는 것이 더 마음편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미리 예상은 하고 왔지만잡초가 무성한 산소를 보는 순간

속이 뒤틀린다.
형제 중에 누군가 단 한번만이라도 산소에 들러봤더라면
보기싫게 자란 잡초 쯤은 뽑아 없애버렸을 법도 하건만
그런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어서 서운하기 이를데 없다.

아직도 정리조차 되지 않은부모님의 유산은 물론이고

부모님 살아 계실 때부터관심조차 두지않은 산소를 생각할 때마다

내 스스로가 피곤해지곤 해서 아예 생각을 하지 않으려거나

생각이 난다고 해도 털어버리려 애를 쓰는 건 이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다른사람들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잘만 사는데
나 혼자만 심난해 하면서 사는 건 참으로 억울할 일이니까.....

조상님의 산소를 십 수년간 혼자서 벌초를 해 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사실 하나는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을 해야한다는 사실이며,
자식들의 성의가 있다면

자식들의 대까지만 뼈가루를 적당한 곳에 보관을 하던지
아니면 산이나 강에 뿌려야만 할 일이다.

산소란 후손들이관심을 갖지않을 땐
두번 죽거나 죽어서도 추한 꼴로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심은 남아있고 입은 살아서
"조상의 음덕은 너 혼자서 다 받겠다"라는 말을 던지곤 하지만
그 말 자체가 너무 화가 나고 싫다.

조상의 음덕을 받고자 하는 게 아니라
후손으로써 당연히 해야만 할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는 할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제 몫을생각하는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데 대한 불만이다.

모든 속담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세상사의 일들을

잘 표현해놓았는지 감탄을 하면서도
그 중에 단 한가지단호하게 부정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게 바로형과 아우와 관련된 속담이다.

매사에 자기의의무를 다 하는 과정에서

권리를주장하는 것이 순리이고떳떳할 일일진데

그렇지 않을 땐짜증이 날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내와 함께 보기싫게 자란 잡초를 손으로뜯다

땀을 식힐 겸 허리를 펴니

논배미를 사이에 두고 지난 이른 봄에 묻혔던 친구녀석의 묘가 빤히보인다.

녀석의 묘에 덮었던잔디가멀리서 봐도 제법 파란 옷을 입었다.

아내는 내게 "풀을뽑고나서 한번 들리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지만

"빈손으로 가기가 부끄럽다"며 바라만 보다 떠나오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니 밤 아홉시다.
조직검사를 하느라 떼어낸 곳에선 쉼없이 고름이 나오고
급기야는 턱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에서 통증까지 생겨나

도무지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약 상자를 뒤졌으나 진통제가 없어
하는 수 없이 비상약으로 사 놓은 감기약 두알을 입에 털어넣고 잠을 청했다.
아무래도 내일은병원에 전화라도 해 봐야 할 것 같다.

2007, 5, 29.

8, 내게 왜 이런 일이(4)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5. 26. 17:16

조직검사를 위해서 떼어낸 자리가
알사탕 하나를 넣어놓은 것 처럼 부어올랐다.

마음같아선 직장이고 뭐고 그냥 집에 눌러있고 싶으나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천근만큼 무거운 걸음으로 출근을 했으나
보는 이들마다 턱이 왜 그렇게 부었냐고 묻는 말이 그리 싫을 수가 없다.

6월 어느날 쯤 수술을 하게 되면 누구나 다 알 일이라서
많이 망설이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와 친구에게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해 놓고나니
감춰놓는 것 보다는 차라리 마음편할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었던 곳이 일주일이 가까워 올 무렵에야 가라앉기 시작하고서 부터
외형상으론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지만 조직을 떼어내고 꼬맨 자리에선
쉼없이 피가 흘러나와 불편하기 그지없으나
훗날 있을 수술을 상상하면 이정도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다.

마음이 심난해 있으니 깨어있는 순간 보다는

잠에 취해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꿈결에서나보다 생일이 넉달 빠른6촌 형제로써
어릴적부터 죽마고우라서 형이라고 부르기가 불편했던 이가
세상을 떠난지 25년도 더 되었는데 오랜만에 꿈에서 보이고
안 좋은 일이 있기 전엔 어김없이 꿈에서 나타나곤 하셨던 아버님도 뵈었다.

6년 전 아버님을 내 집에서 보내드리고 난 뒤부터
꿈에서 뵙고 나면어김없이 좋지않은 일이 생기곤 해서
아버님의 꿈에 대해서 참으로 이상하게 여길때가 있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 되면서 부터아버님의 꿈을 꾸고 난 다음이면

식구들에게 까지 그날 하루만큼은조심하라일렀고

가끔씩은 불쑥 생겨난 심난스러웠던일도 꿈 덕분에 무사히 넘길 때가 있었다.

수족을 전혀 쓰지 못하신 채
마지막 여생을 나의 집에서 보내셨던 아버님의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내게 보내주시는 걱정이라 여기면서 부터
아버님의 꿈을 꾸는 날엔 내 식구들한테

각별히 조심을 하라고 이르는 일 만큼은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다.

꿈이란 게 참으로 묘할 때가 있다.
죽마고우이자 형뻘이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꽤나 오랫동안 꿈에 자주 나타났었고

그럴 때마다 식은 땀에 흠뻑 젖곤 했었다.

그 친구가 꿈에서 나타나곤 했던 배경은
고향마을의 뒷 잔등에 고인돌로 여겨지는독베기라는 곳으로
그 친구와 나의증조부님을 모셨던 선산이기도 했었으나
지금은 내 조부모님과 아버님이 그곳에서 조금 아랫녘에 잠들어 계신다.

그러던 어느날 고향에 성묘를 가면서
그 친구가 꿈에 보이곤 했던 독베기를 지나는 길에
"좋은 곳에 가서 편안히 쉬시게"하며 술 한잔 부어놓고돌아 온 다음부턴
이상하게마음도 편해지고 그 친구가 꿈에서 나타나는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오랫동안꿈에서 나타나지 않던그 친구가 다시보이는 것은이상할 일이었다.

아버님의 꿈을 며칠동안 계속해서 꾸다 보니
눈을 감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던 마음이 위안을 얻었는지
조금씩 평온을 되찾아 가는 것 같다.

이틀간의 휴일 중에 하루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산으로 가곤 했던 일도 접어놓은 채
매사 아무런 의욕도없어서 그냥 집에 눌러 있으려는데
아내가 이런 나를 가만 두질 않고 자꾸만 등을 떠밀어 낸다.

집에서 하루종일 심난해 하며 보내는 것 보다는
밖으로 나와서 바람이라도 쐬는 게 훨씬 나은 일임엔 틀림이 없다.

평소엔 내가 아내를 산으로 내 쫓듯 해왔지만 이젠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할 가장으로써

심약해진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미안했지만
심난스러울 속마음 숨기고 이런 나를 다독거려 줄 줄 아내가 고맙기 그지없다.

일주일쯤 걸릴 거라는 조직검사 결과는
그날, 그 다음날에도 감감무소식이라 답답하기 그지없으나
연조직과 뼈를 함께검사를 하느라고 다소 늦어진다는 대답만 있을 뿐,
주말과 휴일을 넘기고 다음 주 화요일에야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다.

다행스럽게도 검사 결과는 '물혹의 한 종류'로 나왔다고 의사가 말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턱뼈를 통째로 잘라내야 할 것인지
물혹으로 침식이 된 부위를 갉아내고 뼈를 이식해야 할 것인지
의사로써도 쉽게 결정을 못하고 환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실로 답답할 노릇이다.

내 입장에선 당연히 턱뼈와 이를 보존한 채 갉아내고 이식을 하는 것이었지만
재발 가능성에 있어선 잘라내는 것 보다는 안심할 수 없는 방법인가 보다.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은 열개의 이를 신경치료 한 다음에
수술과정에서 의사가 확인하고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신경치료란 잇몸을 살리는 전재로 한 것이지만
수술과정에서 어떻게 될런지는 나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학병원에선 환자들이 밀려있는 까닭에
진료의뢰서를 보냈던 나를 처음 진료했던 병원에 신경치료를의뢰해 준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열개의 이에 대해 신경치료를 할려면 시간이

또 얼마나 걸릴 것인지 모르겠다.

조직을 떼어내고 꼬맨 곳에서
며칠 전부터는 느낌이 불쾌한 농이 쉼없이 나와
큰 문제가 생겨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어젠 하는 수 없이 대학병원 담당의사한테 달려갔더니
곧 아물테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라며 약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다 가고 있다.
5월의 지난날들을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오는 6월은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또 7월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런지 생각하면 모두가 암담할 뿐이다.

2007, 5, 26일.

 «이전 1 ··· 157 158 159 160 161 162 163 ··· 17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