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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6.20 13, 내게 왜 이런 일이...(8)

14, 내게 왜 이런 일이...(9)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6. 25. 00:09

오늘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획대로 내일 수술을 받게되겠지만

퇴원은 언제가 될지알 수 없는 일이다.

턱뼈의 종양을 발견한 지 한달 하고도 보름이 흐르는 동안
마음의 평정을 잃지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던나날들....,
더 많이 가라앉지 않고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술을 받을 날과 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안정되어있던 마음도 많이 흐트러지는 느낌이다.
하필이면 이럴 때 장마가 시작되어 연일두고 비가 오락가락하니
무거운 마음에 어두움마져 짙어지는 것 같다.

평소에 가까운 친구나 이웃보다 더 멀게만 느껴졌던 형제들이
나를 위해서 걱정을 하며 울먹이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음에도
걱정만 끼쳐놓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어차피 내가 치뤄야 할 일이고
내가 감수해야만 할 일이라서
담담하고 의연해져야만 하나
내 바램과는 반대로 자꾸만 거꾸로 가는 것 같다.

평소에 나의 사람됨이 모질거나 강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 처럼 약한 사람이였다는 것 또한 새삼 깨닫는다.

쇠는 두둘길수록 강해진다는데
수술을 하고나면
나 또한 더 강한 사람이 될수 있을런지 모르겠으나
지금 이 싯점에서 그런 생각은 사치일 뿐,
내 머리속엔 온통
수술대와 그 위에 누워있는 내 자신의 모습 뿐이다.

내 아내와 딸과 아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가슴아프다.

그런 일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오직 이것 뿐이다.

2007, 6, 25일, 월요일,

13, 내게 왜 이런 일이...(8)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6. 20. 12:32

2007년 6월 19일, 그러니까 바로 어제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담당의사(오지수)로 부터

수술날짜와수술할 교수(문성용),

그리고 수술방법과 과정에 대해설명을 들었다.

수술할 날짜를 정하는 것 말고는

예전에 들었던 내용보다 특별하게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병소와 경계를 이룬 뼈를 긁아내는 수술일 경우엔 7~8시간
턱뼈를 통째로 잘라내는 수술일 경우엔 13~14시간이 걸리며,
나의 요구로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전제로 신경치료를 했다지만
부위를 열었을 때 뼈의 두께가 얇을 경우엔 통째로 잘라내는 수술방법에
예전보다 무게가 더 실린 듯 싶어서 심난하기 그지없다.

통째로 잘라내는 수술일 경우엔
골반뼈 부위의 신경과 근육까지 떼어내어 턱으로 이식을 하게되고
열개의 이는 모두 제거가 되므로써 얼굴 외형도 변형이 되며
걷는 자세의 흐트러짐 등 하나같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내가 모두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이다.

수술날짜는 일단 26일(화요일)로 잡아놨지만
병원의 일정(다른 교수들의 수술)과

수술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검사결과에 따라
하루나 이틀정도는 연기될 수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치과병원에서 본병원으로 이동해서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위해
채혈과 소변, 심전도 검사, 가슴과 골반의 X-RAY사진을 찍어놓고

병원을 나왔다.

오늘 오전에 병원에서

어제 한 검사결과엔 수술을 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날짜도 26일로 확정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26일이면 이제 일주일이 남았다.
맨 처음 병원에 왔을 때 받았던 충격이 커서 하루하루가 심난했으나
신경치료를 시작하여 끝낸 한달이 넘는 동안
체념과 각오를 반복하면서 마음의 정리를 해 온 탓인지
그동안 내 스스로도 놀랄만큼 많이 안정되어 있었음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날짜가 잡히고 하루하루가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니
착찹하기가 그지없다.
지난 3월에 세상을 떠난친구녀석이 죽기전에 그랬었다.
"남에게 못할 짓을 하며 살아온 것도 아니건만 내게 왜 이런일이...."

나보다 더 나쁜짓을 하는 사람들도 많건만
그런 사람들은 아무런 탈도없이 잘만 살고 있지않은가?
그러고 보면 종교에서 진리처럼 주절거리는 말도 다 거짓말이다.

어렸을 때 병과 싸우느라 그리도 많이 시달렸었는데....
내가 죽을 때까지는 제발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바래고 또 빌었는데......

바램을 한다고 해서 바램처럼 된다면
누가 이 세상살이를 힘겹다고 하겠는가만은.......

2007, 6, 20,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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